미중 무역전쟁에 벌크선사 '된서리'
물동량 감소 우려로 운임 하락…대형에서 중소형으로 확산
2018-04-11 17:40:53 2018-04-11 17:44:32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원자재 분야로 확전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벌크선사들이 된서리를 맞는 분위기다. 통상 벌크선 시장의 성수기는 3~5월로, 올해는 무역 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 우려로 운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시황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4월 첫째주 948포인트로, 전주보다 107포인트 떨어졌다. BDI는 석탄, 철광석, 커피 등 원자재와 곡물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지수다. 무역 거래량이 많으면 지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세계 경제와 해운업황을 가늠하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선종별로는 케이프와 파나막스급 선박의 운임 하락이 두드러졌다. 주요 석탄 산지에서 극동과 유럽을 주로 운항하는 케이프 선박 운임은 7156달러로, 전주에 비해 14% 내렸다. 곡물과 석탄을 주로 실어나르는 7만~8만톤급 파나막스 선박의 운임은 1만574달러로, 전주보다 12% 떨어졌다. 특히 케이프 선박의 경우 일부 항로에서 선박유지 운영비 이하로 운임이 떨어지면서 해운사들이 배를 운항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폴라리스쉬핑의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사진/현대중공업그룹
 
벌크선 운임은 브라질과 호주 등이 속한 남반구의 우기가 끝나는 3월부터 5월까지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전통적 성수기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깊어지면서 물동량 감소를 우려한 화주들이 운송계약 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게 주된 이유다. 윤희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올해 벌크선 운임은 수급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따른 화주들의 심리적 요인으로 예년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초반에는 대형선의 운임이 떨어졌으나 최근에는 중소형 선박으로 번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해운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통상 운임 약세가 이어지면 장기운송 계약 비중이 높은 회사가 시황 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전체 매출에서 장기운송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 팬오션은 40~50%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지속될 경우 운임하락이 더 가파를 수 있다"며 "벌크선사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선사 등 업계 전반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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