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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동성 확대…수출기업 '촉각'
원화 절상 압박 높아…가격경쟁력 악화에 기계·자동차·IT 피해 우려
2018-04-10 18:03:30 2018-04-10 18:15:57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글로벌 무역전쟁의 전운 속에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 원화 절상 압박도 높다. 이에 환율에 민감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독일 등과 경합도가 높은 기계·IT·자동차 등에서 특히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0.7원 내린 1066.4원에 마감했다. 지난 3일 1054.2원으로 3년5개월 만의 최저치에서는 다소 회복됐지만, 시장에서는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016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072원으로 전분기의 1105.7원보다 33.7원 하락했다. 자유변동환율제가 시행된 이후(2000년 1월~2018년 2월) 평균 환율인 1125.2원에도 2분기 연속 못 미쳤다.
 
 
환율의 변동성도 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주간(3월26일~4월6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1.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요20개국(G20) 중 멕시코 페소화(1.27%)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이다. 유럽연합(0.58%), 중국(0.2%) 등의 통화가치는 큰 변화가 없었으며 일본 엔화는 2%가량 가치가 하락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3년간(2015년 1월~2018년 2월) 환율 변동성이 이전 3년(2012년 1월~2014년 12월) 대비 24.5%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의 원화 강세는 대내외 정세 불확실성의 영향이 크다. 우선은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가 있다. 앞선 보고서 발표 당시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당국은 외환 개입 내역 공개를 검토하는 등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번까지는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 번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면 최소 2차례는 관찰대상국으로 유지된다.
 
한반도 리스크의 완화 움직임도 원화 강세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이달 말 남북 정상회담,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 등이 예정되면서 원화자산 수요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탓에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성 확대에 수출기업들의 긴장감은 높아졌다. 원화가치 상승이 달러화 표시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손익분기점 평균 환율은 달러당 1045원이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평균 환율을 1060원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1020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수출 비중이 높고 수입 원자재 비중이 적은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 통신기기, 자동차 및 차부품, 선박, 기계 등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전체 수출은 0.51% 감소한다. 세부적으로 기계는 0.76%, IT는 0.57%, 자동차는 0.4%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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