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협회, 국토부 피로대책 '보이콧' 결정
"수년간 논의 다 뒤집어"…승무원들도 "현장 외면한 엉뚱한 대책"
2018-04-05 18:24:55 2018-04-05 18:24:55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국토부가 5일 내놓은 조종사·객실승무원 피로 대책에 대해 정작 현업에 종사하는 조종사, 승무원은 싸늘한 반응이다.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 장시간 비행으로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데, 정부 대책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책과 현장의 요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승객 안전과 승무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사 승무원이 승객을 응대하고 있다. 많은 승무원이 장시간 비행 등으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객실승무원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대책"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올해만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에서 최소 5명의 승무원이 실신했고, 본지가 입수해 보도한 스케줄에 따르면 에어부산 승무원의 무리한 스케줄이 실신의 원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데 국토부의 승무원 피로 대책은 2가지로 압축된다. 비행 종료 후 잔여 근무시간(20분), 모기지 출·퇴근 시간(1시간)을 휴식시간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휴식시간도 8시간에서 11시간으로 늘어난다. 휴식시간을 늘려 피로를 줄인다는 것이다. 
 
반면 승무원이 요구하는 대책은 달랐다. 항공법에 따르면 승무원의 비행 근무시간은 14시간이다. 승무원 3명을 탑승하면 20시간까지 늘어난다. 기상 악화 등으로 이륙 지연 시 승무원 수명만 더 태우면, 전 세계를 갈 수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목적지에 도착한 뒤 국내로 바로 돌아오는 '퀵턴' 스케줄도 승무원의 피로를 높이는 요인이다. 3차례 이·착륙을 하고, 현지 숙박(레이 오버·Lay Over)한 뒤 이튿날 아침으로 귀국편 근무를 하는 스케줄이다. 승무원이 부족해 자택·회사 대기하는 경우도 많다. 대기 스케줄에 비행을 나가면, 한달 치 스케줄이 뒤바뀐다. 
 
승무원은 무리한 스케줄의 개선을 요구했는데, 국토부의 대책은 휴식시간을 늘리는 수준에 그쳤다. '땜질식 처방'이라는 게 승무원들의 평가다. 한 항공사의 승무원은 "당장 인력이 부족해 승무원이 쓰러지는데,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며 "노조나 협회 등 권익단체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토로했다. 
 
조종사협회는 이날 국토부 대책을 '보이콧' 하기로 결정했다. 국토부가 마련한 조종사 피로연구 보고서와 수년 동안 논의 끝에 마련한 대책을 국토부가 뒤집었다는 것이다. 국내 항공사와 협회의 이견이 큰 대책은 빠졌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국토부가 논란이 되는 대책은 제외한 채 최종안을 발표했다고 협회는 반발했다.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된 대책은 ▲승무시간(조종사 3명) 1시간 단축 ▲비행근무 시작 시각·비행구간 회수에 따라 비행 근무시간 단축 등이다.  
 
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토부는 조종사와 승무원의 피로가 비행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인 점을 인식하고, 연구와 논의를 했다"며 "오늘 대책은 2년 동안 실시한 연구와 수년 동안 논의한 결과를 뒤집는 행정편의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피로 경감을 위해서는 비행근무 시작 시각과 비행근무 횟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국토부는 우리나라 승무원이 국제기준보다 덜 근무한다고 하는데, 조종사와 승무원은 피로를 호소하고 실신하고 있다"며 "조종사와 승무원의 누적된 피로가 위험을 안고 있는 만큼 국토부가 책임지고 주체적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는 "항공사의 사정이나 조종사의 요구에 국가 안전정책의 방향이 달라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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