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조종사 피로대책' 대폭 후퇴
승무시간·출발시각·구간 횟수 등 핵심방안 모두 빠져
"업계 눈치보기 미봉책"…국토부 "2차 용역거쳐 재논의"
2018-04-05 18:37:33 2018-04-05 18:37:33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국토교통부가 5일 조종사와 객실승무원의 피로 경감 대책을 발표했지만, 초안보다 대폭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종사의 피로 실태를 1년 6개월에 걸쳐 연구하고, 조종사협회와 국내 항공사와 논의 끝에 나온 대책임에도 지난해 발표한 초안에서 크게 후퇴해 항공업계의 반발에 밀린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국토부는 협회와 전 항공사에 총 8가지 대책을 초안으로 보냈다. 그런데 이날 발표한 최종안은 5개에 불과하다. 초안의 핵심은 승무시간(엔진 시동부터 끌 때까지)을 1시간 단축해 12시간(기장 2명, 부기장 1명)으로 줄이다는 것이다. 28일 동안 승무시간을 20시간 단축하는 내용도 담겼다. 야간·새벽에 출발할 때 비행 근무시간(출두 후부터 마지막 비행 종료까지)을 2시간 줄이고, 이·착륙 구간이 늘어날 때마다 30분씩 단축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그런데 이날 발표된 최종안에는 이 내용이 모두 빠졌다. 국토부의 최종안은 휴식시간을 3시간 늘리고, 7일 동안 연속 휴식시간을 6시간 늘리는 내용만 담겼다. 기상·관제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때 승무시간도 1시간 줄였다. 
 
국토부는 기내 휴식시설의 등급에 따라 비행시간을 1시간씩 단축했다. 그런데 이 대책도 초안보다 30분 비행 근무시간이 늘어나 사실상 후퇴했다. 초안은 16시간(조종사 3명, 1등급)인데 최종안은 16.5시간으로 30분 늘어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와 협회의 이견이 큰 상황에서 반발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달 '한국형 피로관리시스템 구축방안(FRMS)' 2차 연구를 시작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개선안에 빠진 내용을 재논의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이미 3억원의 혈세를 들여 마련한 1차 연구 보고서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스스로 폄하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업계의 반발이 컸던 대책이 모두 빠졌다는 점에서 국토부가 업계의 반발에 밀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항공업계는 그동안 승무시간을 1시간 줄이면 조종사 144명이 추가로 필요하고 승객 1만4400명 운송에 차질이 생긴다고 반발해왔다.
 
국토부가 이날 발표한 조종사·승무원의 승무시간 조사 결과도 논란이다. 지난해 11월부터 1월까지 9개 항공사의 조종사와 승무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조종사와 승무원의 평균 승무시간은 각각 68.6시간, 82.7시간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해 보도한 항공 승무원들의 올해 비행스케줄에 따르면 조종사의 승무시간이 90시간에 육박하고, 승무원의 경우 90시간을 넘거나 100시간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유는 국토부가 평균 승무시간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물 노선만 운영하는 에어인천(평균 39.9시간)을 포함해 평균 승무시간을 낮췄다. 더욱이 조종사와 승무원은 연차, 병가 등으로 동료보다 적게 비행하는 사례가 상당하다. 평균 승무시간만 보면 이른바 통계적 착시현상에 빠지는 셈이다. 실제 국토부의 조사 결과 본지가 보도한 승무시간에 육박하는 사례도 수건 발견됐다. 국토부는 승무시간이 현행법(조종사 100시간, 객실승무원 120시간)을 위반한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승무원은 "현행법이 느슨하게 규제하는 점을 고려하면, 조종사와 승무원의 건강은 물론 승객의 안전도 우려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토부가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