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의 지난해 미청구공사금액이 9조3900억원에 달했다. 미청구공사금액은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건조했지만 제때 받지 못한 대금을 말한다. 조선 빅3의 미청구공사금액은 전년보다 25% 줄어들었으나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미청구공사금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원유시추선이 유동성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4일 <뉴스토마토>가 이들 조선 3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의 총 미청구공사금액은 9조3889억원으로 집계됐다. 미청구공사금액은 회계 장부상 자산으로 잡히지만,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넘기는 시점까지는 받지 못하는 일종의 미수채권이다. 매출채권과 달리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전액 손실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별로 보면 현대중공업이 2조1909억원으로 가장 낮았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3조4181억원에서 지난해 1조2272억원을 줄였다. 삼성중공업도 전년보다 1조8878억원 감소한 3조151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4조464억원으로 전년보다 4161억원을 줄이는 데 그쳤다.
조선 3사의 미청구공사금액은 선박보다 주로 해양플랜트에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선박 대금의 60~80%를 최종 인도 단계에서 받는 '헤비테일' 계약이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해양플랜트 일감은 조선사의 현금흐름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미청구공사금액 가운데 상당 부분이 원유시추선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최근 미국 선박회사 시드릴이 파산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대우조선은 총 6기의 시추선 수주잔고 중 4기의 인도를 미뤘고, 2기는 시드릴과 계약 해지로 매각을 준비 중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5기 중 2기는 인도를 연기했고, 3기는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중 2기는 시드릴에 인도하기로 했던 시추선이다. 두 회사는 시드릴과 계약을 해지하며 미청구공사대금을 현금화할 기회를 잡았지만,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글로벌 시추선사의 가동률이 60%에 머물고 있는 데다 실수요자들이 구매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추선 거래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투기세력들이 업황 회복 전 싼 가격에 시추선을 구매하려고 나선 영향이 크다"며 "조선사들이 제 값을 받고 미인도 물량을 처리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