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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수저' 김홍국 하림 회장 '종합식품회사' 꿈꾼다
익산에 6천억 규모 푸드 트라이앵글 구축…동북아 식품허브 역할 기대
2018-04-03 16:39:58 2018-04-03 16:40:02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하림그룹이 전라북도 익산에 총 6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첨단 생산기지 구축에 돌입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3일 하림그룹에 따르면 주식회사 하림은 익산에 첨단 종합식품단지 건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4년여의 사전 준비단계를 거쳐 착공한 '하림푸드 콤플렉스'는 4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2019년 말 완공과 가동을 목표로 한다. 12만709㎡(약 3만6500평) 부지에 식품 가공공장 3개와 물류센터 등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NS홈쇼핑의 자회사 하림식품이 1공장(4만3116㎡)과 2공장(3만748㎡), 물류센터(2만4061㎡)를, 일본 쌀가공 전문기업 신메이홀딩스와 합작으로 설립한 HS푸드는 즉석밥 생산공장(2만2781㎡)을 건립한다. 현대인 식생활 패턴에 부응하는 가정 간편식(HMR)과 천연조미료, 즉석밥 등도 생산할 예정이다.
 
하림그룹은 인근 익산시 망성면 소재 주식회사 하림 공장 리모델링에도 170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최대 최첨단 도계 및 가공시설 증축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리모델링 공장은 시간당 1만3500수, 1일 110만~120만의 도계 처리 능력을 갖추며, 동물복지 및 태양광 등 환경친화적 시스템과 견학 및 체험시설도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기존 전기충격이 아닌 가스실신 시스템을 활용해 닭의 혈액을 뽑아내는 '방혈효과'를 최대한 높인다. 생육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얼음물이 아닌 에어칠링시스템을 사용, 닭고기 본연의 맛을 높여 세계 최고 품질에 도전한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공장은 단일 도계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식품의 이력추적이 가장 중시될 것이기 때문에 이 점을 핵심경쟁력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림은 이외에도 익산 망성면 국가식품클러스터에 1호기업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한미FTA 보완책 일환으로 농식품 분야 기술혁신과 해외 수출시장 개척을 목표로 조성되는 국가 정책이다. 총 232만㎡ 규모로 조성되며, 연구기관과 대학, 식품기업이 집적된 세계적 수준의 대단위 첨단 농식품 단지로 만들어진다. 이미 5만3623㎡(약 1만6000평)의 부지를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 식품가공 플랜트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이 세 곳을 통틀어 '하림 푸드 트라이앵글(Food Triangle)'로 지칭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총 6000억원에 달하는 투자액은 식품업계 내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다. 하림그룹은 이 세곳이 위용을 갖추고 본격 가동하면 동북아 식품허브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림의 이같은 투자는 김홍국 회장의 동북아 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야심에서 출발한다. 김 회장의 창업 일화는 유명하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외할머니로부터 선물받은 병아리 10마리는 김 회장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는 미꾸라지와 개구리, 부모님 몰래 퍼온 쌀독의 쌀까지 사람도 먹기 힘든 귀한 먹이를 줘가며 병아리를 키웠다. 병아리들이 토실한 닭으로 자라자 시장에서 시세보다 비싸게 팔았다. 이렇게 손에 쥔 2500원이 김 회장의 종잣돈이었고 본격적으로 축산업에 눈독을 들이게 됐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김 회장은 18세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본격적인 축산사업을 시작했다. 양계장을 직접 설계하고, 볏짚을 납품하는 일까지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1986년엔 농장과 공장,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이른바 '삼장 통합경영'으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며 하림그룹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했다. 이제는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재계 30대 그룹 반열에 오른 성공한 기업가가 됐다.
 
김 회장의 또 한가지 꿈은 농가와의 진정한 동반성장이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기준 닭고기시장(도계수) 점유율 31.1%를 기록하며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지배력은 수많은 계약농가로부터 품질 좋은 닭을 공급받는 계열화사업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림은 국내 총 944 농가와 계약사육을 맺고 이들에게 병아리를 공급하고 육계를 공급받고 있다. 계약농가의 평균사육규모는 1994년 2만7000마리에서 2017년 6만7000마리로 증가했고, 이기간 농가의 평균순수익은 1700만원에서 1억8000만원까지 증가했다. 하림그룹은 올해 계약농가의 연평균 수익을 2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시장개방 이후 축산육류의 자급률이 지속 하락해 돼지고기는 75%, 소고기는 46%까지 떨어졌다"며 "닭고기가 84%의 자급률을 유지하며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수입육 공세가 여전한 만큼 농가와 함께 지속성장을 꾀해 방어선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2월27일 익산 제4산업단지에서 열린 '하림 푸드 콤플렉스' 기공식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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