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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독립·헌재소장 임명권 삭제…대통령 권한 대폭 축소
'국가원수 지위' 삭제하고 총리 권한 확대…국회 예산심의권 강화도
2018-03-22 16:28:56 2018-03-22 18:11:59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청와대가 22일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은 대통령의 권한은 대폭 축소·분산하고 국무총리와 국회의 권한은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대통령의 국무총리 임명권은 유지해 국회의 총리 추천·선출을 주장한 야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함과 동시에 국회의 정부에 대한 통제권을 더욱 강화했다”고 밝혔다.
 
우선 제왕적 대통령 권한은 대폭 축소시켰다. 대통령의 우월적 지위를 해소하기 위해 헌법상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했다.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특별사면을 행사할 때에는 사면위원회 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5대 권력 기관 중 한 곳으로,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분리시켰다. 현재는 감사위원 전원을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지만, 감사위원 중 3명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해 대통령의 권한은 줄이고 국회의 권한은 강화했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은 국회·대통령·대법관회의에서 각각 3명씩 선출 또는 지명한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장 임명권 조항도 삭제했다. 헌재소장을 헌법재판관 중에서 호선하는 것으로 개정해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하고, 헌재의 자율성과 권위를 높였다. 이를 통해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임기 문제를 해결하고 헌재의 독립성과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도 커졌다. 특히 정부의 가장 강력한 권한인 예산편성권은 큰 폭으로 축소된다. 이를 위해 대통령 개헌안에는 ‘예산 법률주의’ 원칙이 도입됐다. 예산 법률주의는 예산안을 법률로 제정하도록 하는 것으로, 법률안 심의권을 가진 국회의 예산·재정통제권이 크게 강화된다. 또한 국회에 충분한 예산심사 기간을 주기 위해 정부의 예산안 국회 제출 시기를 현행보다 30일 앞당겼다. 조 수석은 “예산이 법률과 동일한 심사절차를 거치게 되므로 국회의 재정 통제는 강화되고, 행정부의 예산 집행 책임은 더욱 무거워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역시 축소했다. 현행 헌법 제52조에는 ‘국회의원과 정부는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해 입법부와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모두 인정하고 있지만, 개헌안에는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동의 대상 의원에 여야 구분을 두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국회법이 경우에 따라 구체적으로 그 범위와 한계도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얻을 때 그 중 일정 수 이상은 해당 소관 상임위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등의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회 동의 대상 조약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법률로 정하는 조약도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해 대통령의 조약 체결·비준권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했다.
 
정부형태는 대통령제로 하되 현행 5년 단임제 대신 4년 1차 연임제를 도입했다. 조 수석은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안정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4년 연임제를 채택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연임 대상에서 제외된다. 조 수석은 “일각에서 마치 문 대통령이 4년 연임제의 적용을 받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주장”이라고 강조했다.
 
4년 연임제가 채택되면 2022년부터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게 된다. 개헌안 부칙에 올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의 임기를 2022년 3월31일로 명시하고 후임자 선거는 대선과 동시에 실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선 결선투표제도 신설했다. 첫 선거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14일 이내에 결선투표를 실시해 다수표를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또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을 유지하는 동안 대선에 입후보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국무총리 임명권은 여전히 대통령에게 둬 국회와의 충돌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국회가 총리 추천권 내지 선출권을 갖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개헌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반면 청와대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사실상 이원집정부제이고, 국정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회에 총리 선출권을 줄 경우 사실상 의원내각제가 된다는 인식도 현행 제도 유지에 많은 영향을 줬다.
 
조 수석은 “국회에게 국무총리 선출권을 주는 것은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며 “권력구조개편은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국회 동의를 얻어야 총리를 임명할 수 있어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는 균형과 견제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현행 대통령 중심제 아래서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권력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헌법 제86조 2항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는 조항에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 부분을 삭제해 국정운영에 있어 총리의 자율권을 보장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가운데)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권력구조 부분과 관련한 헌법개정안 3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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