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연쇄 구조조정…"사회안전망 강화해야"
차·조선 업황부진에 구조조정 속출…GM 공장 폐쇄, 사내하청에 직격탄
노동자들 일자리 잃고있는데…실업급여 지급율 30% 미만·지급액도 미미
2018-03-05 16:20:47 2018-03-05 16:20:47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는 조선·자동차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계속돼 노동자의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하청업체 노동자는 희망퇴직의 기회조차 없어 해고 후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제조업종의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업사태가 이어지고 있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GM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는 군산공장 폐쇄를 두달여 앞두고, 연이어 해고 통보를 받고 있다. 사내하청업체는 이달 31일 한국GM과 맺은 도급계약이 끝난다며, 다음달 1일부로 근로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현재까지 약 2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해고통보를 받았다. 공장폐쇄 시한이 다가올수록 규모는 늘어날 전망이다. 
 
군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는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원·하청의 도급계약이 끝나 생기는 해고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군산공장 폐업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한국GM 소속인 직영 노동자는 최대 3년치의 임금을 위로금으로 받는다. 하지만 졸지에 해고통보를 받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건 실업급여 뿐이다. 공장이 문을 닫고, 업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받아도 돌아갈 곳이 없다. 비대위 관계자는 "해고를 앞두고 사내하청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원청은 경영상황에 따라 사내하청 인력을 고무줄처럼 조정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원청과 유사한 업무를 하지만, 임금은 원청이 받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연말 하청업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사내하청 인력을 조정할 수 있어 인력운용도 용이하다.
 
지난해 말 한국GM 창원·부평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 150여명이 해고통보를 받았다. 하청이 맡던 업무를 원청에 넘긴 게 해고의 원인이 됐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형태는 정규직이다. 근로계약기간은 없지만, 원·하청이 도급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고용이 불안해졌다. 사실상 비정규직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군산공장 폐쇄의 화살은 사내하청 노동자부터 겨냥했다. 
 
한국GM 소속의 직영 노동자들 상황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2001년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사태 때 일자리를 지켰다. 현재 직영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희망퇴직을 신청하거나, 정리해고 돼 공장을 떠나면 재취업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완성차 제조업종이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2009년 쌍용차 해고사태가 한국GM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구조조정 이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설상가상으로 건강마저 악화돼 생활고에 시달렸다. 당성근 한국지엠지부 교선실장은 "자동차를 만들 때야 숙련된 기술을 인정받지만,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경우 숙련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50대 이상의 노동자들이 많아, 재취업이 어려워 막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주절벽으로 수년째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조선업종은 이미 구조조정이 상당히 진행됐다. 중형조선소에서 일했던 상당수의 노동자는 이미 조선소를 떠났다. 고용노동부의 '지난 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조선업종 취업자수가 줄기 시작한 2016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기타운송장비(조선업 포함)의 취업자수는 6만9000명이 줄었다. 조선업 불황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직영 노동자 1143명이 구조조정됐다. 사내하청은 1만4058명이 조선소를 떠났다. 
 
제조업 불황의 여파는 노동자를 정조준하고 있지만,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부실하다. 노동자가 실직했을 때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는 고용보험의 실업급여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두가지 뿐이다. 생계급여는 월 소득이 135만5761만원(4인가구 기준)보다 낮을 경우 지급된다.
 
실업급여는 이직일 이전을 기준으로 18개월 중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받을 수 있다. 지급 기준 또한 까다롭다. 회사가 폐업하거나 해고를 당하는 등 비자발적 사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된 경우 실업급여를 받는다. 노동자의 귀책사유로 해고된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지급기간은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최대 240일까지 지급된다. 지급액은 평균임금의 50%,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6년 12월 발표한 '실업급여 수급자 및 비수급자 특성과 노동시장 성과'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실업급여수급자는 상시근로자(91.5%)가 일용근로자(8.4%)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실업급여는 여성(52.6%)이 많았다. 연령대는 고루 분포됐는데, 30대(23.5%)의 비중이 조금 높았다. 평균 급여일수는 148.2일로 5개월 미만이다. 
 
문제는 실업급여 수급가능자가 29.8%(2015년 기준)에 그쳐 공공부조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해 피보험자격 상실자 611만6000명 중 182만2000명만 실업급여를 받았다. 43만2000명(7.1%)은 고용보험 가입기간을 충족하지 못해 지급에서 제외됐다. 노동계에 따르면 노동자 4명 중 1명은 고용보험을 미가입한 상태다. 비정규직이거나 청·장년층이 주로 고용보험을 가입하지 못한 실정이다. 실업급여를 받는 노동자 중 대다수는 하한액을 받아 소득대체율도 낮다. 갑작스러운 해고에 대비하기는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실정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수급기간과 소득대체율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실업급여는 실업자 안전망으로서 크게 부족하다"며 "고용주 부담분을 정부가 지급해 고용보험 가입대상을 확대하고, 가구소득 수준을 고려해 실업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GM 노조가 지난달 28일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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