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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통상압력 확대…"신흥국 수출주에 관심 가져야"
철강·자동차·태양광 투심 위축…"규제 영향은 제한적, 시장 우려시 변동성 지속"
2018-02-26 16:01:30 2018-02-26 16:01:30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지며 철강주와 자동차주를 비롯한 선진국 수출주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경기 개선 기대감이 부각되는 신흥국 수출주로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아제강(003030)은 14일 이후 6거래일간 9.46% 하락했다. 같은 기간 휴스틸(005010)은 7.28% 떨어졌다. 세아제강과 휴스틸은 미국 수출 비중이 각각 20%, 52%에 달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담긴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가 시행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미 수출주에 대한 우려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자동차 수입규제가 떠오른 가운데 연초 이후 두 차례에 걸쳐 FTA 개정협상이 이루어지며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해온 자동차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활할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동차주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세탁기와 태양광 셀·모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조치로 관세 부과를 결정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바 있다.
 
미국이 한국에 통상압력을 확대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정치 환경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업의 부활을 외치며 당선된 트럼프는 올해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선거 캠페인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재정적자 해소 카드로도 관세 부과가 거론된다. 올해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함께 정부 예산 3000억달러를 증액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는 정부 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보호무역주의를 통한 무역적자 해소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울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부 기업을 제외한 상장기업 전체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이미 낮은 만큼 보호무역에 따른 피해는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한국 수출 증가율이 15.8%인 데 비해 대미 수출은 3.2% 증가에 그친 반면, 1위 수출국인 중국 증가율은 14.2%에 달해 미국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2000년 전체 수출의 21.8%를 차지했던 대미 수출 비중은 작년 기준 12%에 불과해 미국의 중요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말했다.
 
미국 수출 품목에 대한 규제 영향력도 제한적일 거란 평가다. 김 연구원은 "작년 기준 철강관, 철강선, 철강판의 수출 비중은 4.2%인데, 대미 수출 비중을 감안할 때 철강은 전체 수출액의 0.5%인 29억달러가 규제에 직접 노출된다"면서 "포스코 작년 매출액 60조원의 5%에 해당하는 금액 때문에 철강산업의 펀더멘털이 흔들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자동차 전면 재협상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미 FTA 체결 전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8%,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2.5%였기 때문에 관세가 다시 복구될 경우 피해를 입는 쪽은 미국일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도 FTA 체결 이후 5년 간 한국으로의 미국산 자동차 수출이 280% 증가해 미국 자동차 수출 증가폭의 20배에 달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는 데다 미국 내 미국자동차 점유율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어 자동차가 FTA 재협상의 주된 의제로부터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통상 이슈에 따른 펀더멘털 훼손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는 우려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신흥국 수출주에 대한 비중 확대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대준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개선 환경에서 각종 호재가 신흥국 수출주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실제로 미국 악재에 노출된 선진국 수출주보다 신흥국 수출주의 성과도 계속 좋은 상황"이라며 "4월 트럼프 대통령이 규제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대미 수출주에 대한 비중을 중립 정도로 조정하는 대신 신흥국으로 시선을 이동하는 게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지며 철강주와 자동차주를 비롯한 선진국 수출주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상하원 합동의회에서 취임 후 첫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AP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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