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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누가 가만히 서 있는가!'…한파 녹인 마마스건의 ‘뜨겁고 달달한 시간’
마마스건 내한 공연 '라이브 인 서울'
400여 관객 함성과 열기로 가득 찬 '언더스테이지'
2018-02-05 17:13:53 2018-02-06 09:30:2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마마스건 인 서울! 어제 공연도 굉장했습니다. 올 때마다 한국 팬들은 무척이나 열광적인 것 같아요. 그래요, 오늘 여러분들도 정말 글자 그대로… ‘아름답네요!(BEUATIFUL)!’” (관객들 함성) “이번 곡은 여러분들에게 바치기 위해 만든 노래입니다. ‘You make My Life a Better Place’”
 
4집 정규 앨범 '골든 데이스' 신곡들을 연주하고 있는 마마스건. 사진/권익도 기자
 
보컬 앤디 플랫츠가 ‘한국 사랑’을 외치자 공연장 열기는 시작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곧이어 박수갈채 속 잔잔하게 흐르는 멜로디와 그 위로 살포시 얹히는 앤디의 달큰한 보이스. 영하의 날씨에 입김을 구름처럼 내뿜다 들어온 관객들은 하나, 둘 두툼한 외투를 벗고 고개를 까딱 까딱, 리듬을 탄다. 이윽고 절정에 다다를 때 관객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노래하는 앤디, 관객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그들의 진심에 보답한다. “와아아! 짝짝짝”
 
지난 4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UNDERSTAGE)에서 열린 영국 5인조 밴드 마마스건의 내한 공연. 400여명의 관객이 몰린 가운데 (기획사 추산)오후 6시부터 100여분 동안 진행된 공연은 시작부터 멤버와 팬들, 서로가 주고받는 따스한 온기로 빛났다. ‘아이 니드 어 윈’(I need a win)으로 무대를 열어 젖힌 이들은 ‘골든 데이스’(golden days), ‘다이아몬드 인 더 벨 자르’(Diamond in the bell jar) 등 지난달 8일 발매된 4집 정규 ‘골든 데이스’의 곡들을 차례로 들려줬다.
 
“땡큐 베리 머치! 좋아요. 이번에 할 곡은 우리가 항상, 어딜 가든지 하는 노래에요. 2009년 데뷔당시 만들어진 1집 '루츠 투 리치스'(Routes to Riches) 타이틀곡이죠. 아주 ‘쿨’한 노래입니다. ‘pots of gold’!“ (함성을 내지르는 관객들)
 
자신들의 대표곡들을 연주하고 있는 마마스건. 사진/권익도 기자
 
경쾌하게 멜로디를 이끌어 가는 건반과 전자기타, 그 뒤를 따스하고 묵직한 베이스와 드럼이 받쳐준다. 합주가 ‘멈춤’ 구간에 설 때는 장내가 일순간 고요했지만, 핑거 스냅으로 박자를 맞추며 뿜어내는 앤디의 고음에 더욱 몰입하게끔 했다. 밴드가 걸어온 삶의 철학을 빚어낸 가사는 달달하고 시원하게 빛났다.
 
“I don't wanna waste a lifetime chasing pots of gold(난 내 삶을 많은 황금을 쫓으며 살고 싶진 않아)/ I don't wanna miss the sunshine standing in the cold(난 추운 곳에 서서 햇살을 그리워하고 싶진 않아) / I don't wanna be the one who's left behind(난 누군가의 뒤에 남아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 I wanna catch a glimpse of life(난 내 삶을 잠깐이라도 보고 싶어)”
 
공연 중간 중간은 그들만의 ‘영국식 조크’와 ‘한국말 따라잡기’로 채워졌다. “서울은 너무 춥네요. 잇츠 리얼리 콜드. 난 영국에서 왔다구요!”, “여러분들이 음악을 너무 잘 따라해주고 있네요. 차 한 잔 하고 다시 갈게요, 아 반응이 더 좋으면 위스키를 준비해야겠어요.”, “대박, 못있소요(멋있어요)”
 
멤버들의 재치 가득한 낭만적 정서에 유쾌함도 곁들였다. 키보디스트 데이브 올리버는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주를 하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 ‘로봇 춤’을 췄고, 테리 루이스(기타)와 카메론 도슨(베이스), 크리스부트(드럼)는 각각 자신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개성 넘치는 솔로 연주를 펼쳐댔다. 이에 뒤질세라 앤디도 탬버린을 꺼내들더니 관객들의 흥을 연신 돋궜다. ‘더 스푹스’(The spooks), ‘온 더 와이어’(On the wire), ‘렛츠 파인 어 웨이’(Let's find a way), ‘하우스 온 어 힐’(House on a hill), ‘리코’(rico) 등 밴드의 10여년 궤적을 톺아볼 수 있는 곡들이 그렇게 차례로 흘렀다.
 
모든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는 마마스건. 사진/권익도 기자
 
“이 밤의 라스트 송입니다. 하! 제 가슴이 찢어지네요. (관객들이 아쉬워 하자, 작은 목소리로) ‘아마도’요. ‘아마도’라는 걸 명심하세요!(관객들 다시 웃음)” ‘샌딩 유 어 메시지’(Sending You A Message)를 그렇게 부르고 난 후 내려가기도 전에 울려 퍼지는 팬들의 ‘앙코르’. 1분 뒤 장미꽃을 들고 나타난 밴드들은 관중들에게 던져주며 앙코르 곡들을 이어갔다. 아카펠라 버전의 ‘온 어 스트링(on a string)’로 로맨틱한 느낌에 취하는가 하면, 펑키한 느낌의 ‘핑거 온 잇’(Finger on it)과 ‘예스 위 캔 캔’(Yes We can can)으로 관객들을 방방 뛰게도 했다.
 
‘재간둥이’ 올리버는 마지막까지 ‘누가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가’라는 표정으로 눈을 부릅 뜨고 관객을 응시하며 건반을 눌렀다. 오리 울음 소리 같은 Finger on it의 중독적 멜로디가 모두를 행복 바이러스에 전염시켰다. 다른 멤버들 역시 올리버가 시작한 재간 놀음에 하나, 둘 동참하며 마지막까지 관객들과 즐거이 호흡했다. “(앤디)쓰브드브~쓰브드부” “(관객들) 쓰브드브~쓰브드부” “(앤디)예옴” “(관객들)예옴” “(앤디)예 예 예예” “(관객들)예 예 예예” “(웃으며 고음을 쏟아내는 앤디)아아!!!!”
 
공연 후 사인회를 하며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마마스건 멤버들. 사진/권익도 기자
 
공연 후 밴드는 팬들과 함께 하는 ‘사인회’ 시간도 잊지 않았다. 정리 중인 무대 옆에 일렬로 서서 팬들이 내미는 CD와 LP에 하나하나 사인해줬고 따뜻한 말도 건넸다. 마지막까지 팬들과 더 가까이서 마주했고, 대화했고, 호흡했다. 그들의 따스함과 유쾌함이 관객 모두의 가슴을 파고 든, 매서운 추위마저 잊게 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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