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9명 사망…'위험의 외주화' 원청 책임 묻는다
노동계 "원청 처벌 없이는 구조 해결 못해"…정부, 노사정 판 깨질까 고심
2018-01-29 18:13:10 2018-01-29 18:13:1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노동계가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위해 집중 대응에 나선다.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몰리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원청의 처벌 강화를 요구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산재 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화를 약속한 만큼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 노총은 지난 25일 포스코 협력업체 노동자의 질식사고를 계기로 전방위적인 압박에 돌입키로 했다. 정부, 국회, 노사정 대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요구한다. 특히 민주노총이 20년 만에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기로 한 만큼, 정부 역시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판을 깨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동계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현실은 참담하다. 이달에만 산재 사고로 노동자 14명이 숨졌으며, 이중 9명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특히 대기업으로 갈수록 하청 노동자의 희생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다. 지난 25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업체 TCC한진 소속 노동자 4명은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하루 앞선 24일에는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업무 중 숨졌다. 17일과 11일에는 교량건설 현장과 에스오일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건설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공항공사 협력업체 아이서비스 노동자는 지난 22일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산재 사고는 2011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다,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수)은 2011년 0.79명에서 2016년 0.53명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사고사망만인율은 전년 동기 대비 0.01포인트 증가한 0.41명을 기록했다.
 
위험의 외주화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산재 사망사고 중 하청 노동자 비중은 2015년 최초로 40%를 넘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건설, 조선업은 하청 산재 비율이 80%가 넘어, 적어도 하청 사망 비중은 40%를 훨씬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하청에 집중되는 위험의 외주화 구조와 함께 원청 처벌 없이는 산재 희생을 근절할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부로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세월호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 안전을 약속하고 출범했지만, 끊이지 않는 산재로 일터에서의 안전조차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 특히 희생이 저임금의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면서 정부의 발걸음도 다급해졌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산재 예방을 위한 혁신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관련 법 위반시 하청과 동일하게 처벌키로 했다. 중대재해(사망사고) 발생시 징역형을 하한선으로 뒀다. 즉시 작업 중지를 지시해 2차 사고도 예방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내달 초 발의한다.
 
노동계는 정부 계획을 반기면서도, 원청에 대한 처벌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산재로 하청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원청의 사업주까지 형사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업체에 벌금형을 부과해 원청이 직접 나서 산업안전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정부 대책에는 사업주 처벌 여부가 빠졌고 원청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수준에 그쳐,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4월 노동계의 요구를 담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노총은 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동·시민단체와 연계해 정치권을 최대한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법안 통과 가능성도 높아졌다. 문재인정부는 2022년까지 산재 사망사고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당정과 노동계의 대화 채널이 복원됐고, 노사정 대화도 마련됐다. 대화가 본 궤도에 올라서면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집중 다뤄질 전망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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