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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블랙리스트 후폭풍' 속 사법부 추스르기 안간힘
"두려움에 눈 감을 수 있지만 우리는 자부심을 선택하자"
2018-01-24 18:17:29 2018-01-24 22:04:07
[뉴스토마토 홍연·김광연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며 법원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직접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내부 입장문을 통해 "무엇보다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번 일에 관여된 사람들이 모두 법관이라는 점"이라며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이 일은 우리 사법부 구성원 모두의 자부심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두려움에 일단 눈을 감자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며 "우리의 자부심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 때의 잘못이 끊임없이 우리의 미래를 잠식하고 변질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은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 방향을 논의해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할 것"이라면서 ▲인적 쇄신 조치 단행 ▲법원행정처 조직 개평방안 마련 ▲법관의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 설치 검토 ▲법원행정처 상근 판사 축소 등을 제도개선방안으로 내놨다.
 
아울러 곧 출범할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도 이에 관한 국민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사법행정 운용방식의 개선책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사법행정, 재판제도, 법관인사 전반을 점검해 모든 부분을 사법 선진국 수준의 투명한 시스템으로 대폭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자발적인 쇄신은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일부는 살아있고 일부는 병든 몸의 상태에서 뛸 수 없기에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 오자"며 법원 구성원을 격려했다.
 
김 대법원장의 이날 메시지에 대해 법관들은 신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춘천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언론사별로 각사 편집 방향에 맞춰 기사들이 나오고 있고, 그것에 맞춰 입장을 표명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전일 대법관 13명이 공동명의로 발표한 표명문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불안해 하니까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내부 자정 의지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김광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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