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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특정정당 반대 1인 시위'도 선거운동 기간 중엔 허용"
"선거운동에 해당…금지하면 선거운동 자유의 침해"
2018-01-09 06:00:00 2018-01-09 06: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최기철 기자] 투표 참여를 권유하면서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인 것도 선거운동에 해당되기 때문에 선거운동이 허용된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 시위를 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홍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은 ‘특정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 없이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 행위로 열거하는 한편, ‘누구든지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호별 방문', '사전투표소 또는 투표소로부터 100미터 안에서 하는 경우', '현수막 등 시설물, 인쇄물, 확성장치·녹음기·녹화기, 어깨띠, 표찰 그 밖의 표시물을 사용해 하는 경우'와 함께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해 하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투표참여 권유행위에 관한 공직선거법 관련 규정들의 취지에 비춰보면,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행위인 경우 그 내용이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는 고려에 의한 것으로, 투표참여 권유행위 자체가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호별 방문' 등 행위와 함께 규제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투표참여 권유행위는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선거기간 개시일 전이나 선거일만 금지되고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의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허용되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투표참여 권유행위를 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며 “이를 금지하면 이는 선거운동 자체를 금지하는 것과 같고,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공직선거법 등 법률에 의해 금지 또는 제한되는 것이 아닌 한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취지와 모순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에서도 비록 피고인이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진열·게시하는 방법으로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투표참여 권유행위를 했더라도, 그 행위가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의 선거운동기간 중에 이루어진 이상 공직선거법 위반행위로 처벌할 수 없고, 피고인이 동시에 공직선거법상 설치를 금지한 시설물 등을 설치해 금지규정을 위반했더라도 같다”고 판시했다.
 
홍씨는 4.13 총선을 3일 앞둔 2016년 4월10일 서울 광진구 왕십리 광장로 성동경찰서 앞 왕십리역 4번 출구 근처 횡단보도 보행섬에서 “기억하자 4. 16 투표하자 4. 13”, “새누리당은 왜 많은 학생들의 죽음을 조사를 방해하는가?” 등의 문구가 기재된 피켓 2장을 손에 들거나 그곳에 설치된 교통표지판 기둥에 기대어 놓는 등 전시를 하면서 1인 시위를 했다.
 
이에 검찰은 홍씨가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해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함과 동시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선전물을 진열·게시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했다.
 
1심은 홍씨의 행위가 위법성이 부정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홍씨의 행위가 근무 중인 정복 경찰관 바로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진 점 ▲경찰관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문구를 스스로 곧바로 가리거나 제거한 점 ▲선관위에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적법 여부를 문의한 점 ▲전시한 인쇄물이 누구나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것인 점 등을 이유로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수단과 방법의 상당성·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균형성 등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홍씨의 피케팅 시간이 길게 잡아도 30분 남짓에 불과한 점 ▲공직선거법 문제가 된 문구가 노출된 상태에서 피케팅 한 시간 역시 길게 잡아도 8분 정도에 불과한 점 ▲피케팅이 공공기관이나 특정 정당·단체·후보자의 지원을 받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도 정당행위가 인정되는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은 정당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 했다. 재판부는 ▲홍씨의 행위가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투표행위를 권유한 것이 분명한 점 ▲1인 시위 장소를 새누리당 유세 지역과 가까운 곳으로 선택해 의도가 인정되는 점 ▲홍씨가 사용한 피켓은 인쇄물과 달리 노출빈도가 커서 선전물로서의 효과가 컸던 점 ▲피켓 내용도 사회적 관심사안이었던 세월호 사건의 발생과 진상규명이 늦어지는 이유가 새누리당 때문임을 암시한 점 등을 이유로 들어 홍씨의 행위가 정당행위는 아니라고 판시했다.
 
 
홍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도 홍씨의 행위를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최기철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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