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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2018년, 마땅히 정상적 한해 돼야
2018-01-08 06:00:00 2018-01-08 06:00:00
매해 1월은 새롭다. 2017년 1월과 비교해보면 2018년 1월은 특히 그렇다. 작년 이 맘 때가 어땠는지 묵은 달력을 들춰보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의 탄핵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였다. 국정 책임자는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35% 콘트리트’로 불렸던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은 10% 이하로 쪼그라들었지만 태극기를 휘두르며 온 국민을 좌파라 부르고 있었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며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지만 촛불은 굳건했고 대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촛불의 편을 자임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고문은 촛불 국면을 지나면서 지지율 1위를 굳히며 당내 경선을 기다리고 있었고,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전 대표는 ‘한 번은 기회가 온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보수파 상당수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수반동에 대한 우려가 없진 않았지만 어쨌든 세상이 반 너머 뒤집혀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일은 대체로 순리대로 돌아갔다.
 
헌재는 만장일치로 탄핵을 결정했고 민주당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도 무난히 승리해 대한민국 역사상 첫 ‘5월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8개월 여가 흘렀다.
 
2017년 1월은 ‘불안감이 교차하는 성취감과 기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어찌됐건 간에 작년(2016년)보다 올해(2017)가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
 
2018년 1월은? 이젠 정상 사회다. 정상적 대통령이 국정을 담당하고 있고 (야당들이 갈피를 못잡고 있지만, 그리고 상당한 비정상성이 있지만 그 비정상성 역시 정상성의 한 부분이라 볼 수 있다) 정상적 정치세력들이 경합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우리의 고민도 일상적, 정상적인 쪽으로 돌아왔다. 안보도 걱정이고, 지진이나 화재도 걱정이고, 집값도 걱정이고, 최저임금 제대로 받는 것/주는 것도 걱정이고 올림픽에 편승하는 바가지 요금도 걱정이다. 다 걱정이다. “일단 OOO 부터 해결하고 보자”에서 ‘일단 OOO’은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정상적 고민을 정상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비정상에 대해선 모든 정상적 사람들이 힘을 합해 맞설 수 있다. 하지만 정상적 고민들은 대개 정상적인 사람들 간의 갈등, 상당히 정상적 사람들 중 누구에게 지금보다는 좀 더 짐을 지울까를 결정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에 다름 아니다.
 
말이 쉽지 ‘윈-윈’은 거의 없다. 다수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한다손 치더라도 소수에 대한 부담전가가 정의로운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제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실은 더 힘들어지게 됐다. 그런데 실은 더 힘들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어려운 문제를 어렵게 고민하고 답을 내놓는 것, 그리고 그 답에 대해서도 누군가로부터는 비판을 받는 것이 정상이다.
 
우리 모두는 이제 정상 궤도로 접어들 자격이 있고, 또 정상적 고민을 해야 할 책임도 있다.
 
이럴 때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단 OOO은 사라졌지만 아직 △△△이 있다. 일단 △△△부터 해결하고 보자”는 사람들.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서로 반대 방향에서 서로에게 삿대질하면서.
 
그런데 반대 편에 서서 서로 삿대질하는 이들, 실은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들이다. 이런 이치다. ‘비정상적인 나의 존재 근거가 바로 비정상적인 너이기 때문이다. 네가 없으면 내가 설 자리도 없다. 너 역시 나 때문에 산다. 사실 네가 사라지면 제일 힘들어지는 건 나다’
 
자기 능력이 부족해서건, 다른 이유에서건 우리가 마땅히 짊어져야할 ‘정상적 걱정’을 방해하는 이 사람들이 설 자리를 줄여야 한다. 2018년은 정상적인 한 해가 되어야 마땅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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