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과 연동된 임금체계 개편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조선·철강·자동차 업종은 지난해 업황 부진에 임단협 갈등까지 더해져 노사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노사 상생을 위해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해 시작부터 경영계를 중심으로 호봉제를 직무·성과급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년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는 불확실한 경영상황을 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년 60세 의무화와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현행 임금체계로는 한계에 직면했다. 국내 기업의 임금체계는 생산직은 호봉제, 사무직은 직무·직능급이 일반적이다. 직무·직능급은 직무의 중요성, 난이도, 생산성 등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한다.
조선·철강·자동차 등 일부 제조업의 업황이 악화된 점도 호봉제 개편에 무게를 싣는다. 기업은 실적 부진으로 임금인상의 여력이 줄고, 노동자는 호봉제의 장점이 실종됐다. 호봉제는 매년 호봉승급분만큼 임금이 오른다. 입사 초기 저임금을 받지만, 근속연수가 쌓였을 때 받는 임금이 이를 상쇄한다. 노사정위가 2016년 발간한 '임금체계의 연공성과 임금체계 개편'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근속 20년 생산직 노동자의 시간급은 초임보다 1.8배가량 높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국면에서 호봉제는 노사 모두에게 적합한 임금체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호봉제는 10% 경제성장을 이어가던 1980년대 후반 급속하게 확산됐다. 기업의 장기 성장을 믿고 미래 임금을 담보로 잡은 셈이다. 구조조정이 활발한 현재는 직무와 연동한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호봉제는 임단협 등 노사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은 호봉 상승을 고려해 고정급 인상은 최소화하려 한다.
실제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제조업 리딩기업들은 지난해 임단협으로 홍역을 앓았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불협화음이 커졌다. 2014년부터 3년 동안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조3564억원 줄었다. 2014년까지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의 기본급 인상분은 9만원을 웃돌았다. 이듬해 8만5000원까지 줄었다. 지난달 노사는 기본급 5만8000원을 인상키로 합의했지만 무산됐다. 현대제철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업 상황은 최악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년치 기본급을 동결했다. 호봉이 자연 상승하면서 임금은 소폭 올랐다. 그런데 처우 개선이 소폭에 그쳐 근속연수가 낮은 직원의 반발이 거세졌다. 현중은 올해부터 상여금 300%가 분할될 가능성이 높다. 초임 직원은 수당이 없어져 불만이 높다.
관건은 노사합의 여부다. 현대차는 2014년과 2015년 직무성과급을 골자로 한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120여개에 달하는 수당은 단순화하고,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해 4월 2017년 임단협 상견례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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