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한국,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피하자
입력 : 2018-01-02 06:00:00 수정 : 2018-01-02 06:00:00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김없이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오는 것을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에 이어 찬란한 태양도 솟아올랐다. 2018년 무술년 개띠의 해에 우리는 어떤 소원들을 간직하고 있을까. 개인의 처지에 따라 무병장수나 부자가 되는 꿈, 취직, 혹은 세계평화를 염원할 것이다.
 
그러나 새해 소망을 빌기 전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우리 사회에는 무수한 일들이 벌어졌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5월 ‘장미대선’에 의한 새 대통령의 탄생 등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나라는 어수선하기 그지없었으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까지 겹쳐 한반도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새 정부가 탄력을 받으려면 야당도 제 역할을 해야 할진대 자유한국당은 원색적인 퍼포먼스와 발언으로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청년실업률과 불평등 수준은 최고치에 이르렀고 청년·노인빈곤 문제도 심각했다. 이같이 국내문제가 산적해서인지 우리는 국외 문제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갖지 못했다.
 
그렇다면 프랑스 사람들은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보내고, 올 한 해는 어떤 일들에 관심을 두고 있을까. 지난달 27일 파리마치(Paris Match)가 2017년 한해 프랑스인의 주목을 끌었던 사건을 발표했다. 이포프 피뒤시알(Ifop-Fiducial)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인들이 가장 주목한 사건은 대통령 선거(23%)였다. 뒤이어 이라크와 시리아에 거점을 두고 있는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과 서인도 제도의 허리케인, 프랑스 국민가수 조니 알리데이(Johnny Hallyday)의 죽음이 각각 15%로 뒤를 이었다.
 
대선으로 프랑스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이 엘리제궁에 둥지를 틀며 프랑스를 위한 혁명의 새바람이 불었고 신인들이 대거 등장해 정부를 이끄는 세대교체 바람이 분 것도 특징이었다. 에두아르 필리프(Edouard Philippe) 수상, 제라르 다르마냉(Gerald Darmanin) 경제부 장관, 장-미셸 블랑케르(Jean-Michel Blanquer) 교육부 장관,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Christophe Castaner) 대변인 등 30~50대 초반의 인물들이 국가를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국회도 새로운 젊은 인물로 대대적으로 물갈이되고 여성들도 대거 모습을 보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의 이미지를 바꿨다. 그는 프랑스인이 선정한 2017년 최고의 인물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동률(33%)을 이뤘다. 각각 3·4위를 차지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6%)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북한의 김정은을 뽑은 사람은 2%였다.
 
프랑스인들은 올해 걱정이 되는 일로 프랑스와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IS의 테러(88%)를 가장 높이 꼽았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둘러싼 국제적 긴장과 많은 프랑스인이 느끼는 계급 실추와 사회적 불평등의 갭, 리비아 노예시장 문제 등이 각각 87%로 뒤를 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과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도발(84%), 지중해 난민 위기의 심화(78%) 등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프랑스인들이 국내문제보다 국제문제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새로운 현상으로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파리마치는 보도하고 있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프랑스인들은 세계를 하나의 도시로 생각하고 있다는 징표로 여겨진다. 프랑스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북한 김정은이 쏜 미사일로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고 국제평화가 깨지는 것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어쩌면 프랑스인들이 한국인들보다 북한 문제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프랑스인이 ‘세계 리더로서의 프랑스’를 꿈꾸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우리 국민들은 국제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리비아 노예시장이나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 지중해 난민문제,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얀마 정부의 인권탄압을 걱정하는 한국인은 아마도 몇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한국인들이 많을 것이다.
 
경제선진국을 표방하며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시대를 노래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경제가 아닌 정치·외교 차원에서도 한국이 세계무대로 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아야 하고 개인·국가 차원에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인들이 전세계를 한 마을 단위로 여기듯이 우리도 시각의 전환을 이뤄야 할 때다.
 
새해에는 한국 언론들이 다양한 국제뉴스를 국내에 널리 알리고 국민의 관심을 국제무대로 옮겨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활동무대를 국외로 넓혀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경제선진국만을 부르짖으며 만족할 수는 없다. 정치·외교 분야에서 세계의 리더가 되지 못한다면 결코 선진국 문턱에 진입할 수 없다. 2018년은 한국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피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글로벌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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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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