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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연1.25%→1.50%로 인상…'저금리 시대' 종료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 만에 인상
2017-11-30 09:54:00 2017-11-30 09:54:00
[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회의를 열고 현재 연1.25% 수준의 기준금리를 1.50%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부터 17개월 가까이 유지되던 동결기조가 깨졌고, 2011년6월(3.25%) 이후 6년5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지난 6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완화정도의 조정' 발언을 계기로 무게중심은 기준금리 인상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 여건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고, 북한 리스크와 중국과의 사드갈등이 경기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져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소수의견이 나오고, 금통위 이후 발표된 3분기 성장률 속보치(전기대비 1.4% 성장)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시장이 예상하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급격히 앞당겨졌다.
 
한은은 지난 6월 이주열 한은 총재의 '뚜렷한 경기회복세 개선 확인'을 전제로 한 '완화정도의 조정 필요성' 발언을 계기로 기준금리 인상신호를 보내왔는데, 이 총재는 지난 10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해가고 있다"며 인상 신호를 강화했다.
 
실제로 올해 경기회복을 이끈 수출은 여전히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월간 상품수출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18.5%로 세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방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던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는 2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지속됐지만 최근 잠잠한 모습을 보여 왔다. 한중관계는 양국이 관계개선 협의결과문을 발표하는 등 한층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회복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2.3으로 10월에 비해 3.1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4월부터 긍정과 부정 전망을 나누는 기준치(100)을 넘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중 제조업 업황BSI는 지난 9월부터 장기평균인 80 이상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부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상향조정했다. IMF의 경우 통화정책 방향을 평가하며 향후 2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져도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 한다. 제롬 파월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인준청문회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82%가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화강세가 가파르고,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시행으로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통화정책 필요성 약화 등을 근거로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기도 했지만 11월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대세를 뒤집진 못했다.
 
한은이 6년5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금리인상 궤도에 진입했지만 다음번 기준금리 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기조적인 물가 움직임을 보여주는 근원인플레이션이 여전히 한은의 목표치(2%)에 미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오전 11시20분경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날 금통위 결정의 배경과 만장일치 결정 여부 등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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