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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저금리 시대)"이젠 유동성 회수 할 때 됐다"…돈줄죄는 주요국
영국,캐나다 이어 미국 12월 금리인상 기정 사실화…물가부진·금융안정훼손 문제는 '논란'
2017-11-05 17:00:51 2017-11-05 17:00:51
[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은 그해 12월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최저 0.00%로 낮추면서 '제로금리'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재정위기 등을 겪으며 2016년3월 이후 기준금리를 0.00%로 유지하는 통화완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중앙은행(BOJ)은 2016년1월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도입하는 등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이 지난 지금 '제로금리', '마이너스금리'로 대표됐던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주요국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할 때가 됐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올해 3분기 GDP 성장률(전기대비 연율)이 허리케인 여파에도 시장예상치(2.6%)를 넘는 3.0%를 기록하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확신을 굳혀가고 있다. 미 연준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최근 경기에 대해 '견고한 증가세(rising at a solid rate)'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오는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96.7% 수준이다. 동결 가능성이 0%임을 감안하면 12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인 상황이다.
 
지난 6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른바 '신트라 텐트럼(긴축발작)'을 일으켰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10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부터 양적완화를 위한 자산매입 규모를 현재 매월 600억유로에서 300억유로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상황과 비교하면 '느린 긴축'이라는 평가지만 통화정책 정상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ECB는 지난해 3분기부터 GDP 성장률(전분기대비)이 0.4%, 0.5%, 0.6%, 0.7%로 매분기 상승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영란은행(BOE), 캐나다 중앙은행(BOC) 등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이고 있다. 영란은행은 1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면서 2007년7월 이후 약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올해 7월 2010년9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이어진 9월 회의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통화정책 정상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집행 과정에서 변수로 등장한 '저물가' 현상 때문이다. 통화정책결정에 근거가 되는 물가상승률이 경기회복세에 비해 무겁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이같은 현상에 '미스터리'라고 표현한 바 있으며, 일각에서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은 기술진보, 저임금 근로자·고령층 중심의 고용 증가, 전자상거래(Amazon Effect) 확산 등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 원인일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중장기적 물가 상승세가 예측되고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으로 금융안정이 훼손될 수 있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옐런 의장과 드라기 총재는 지난 8월 열린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금융안정에 방점을 둔 연설을 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월 한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우리가 채택한 물가안정목표제는 '신축적 물가목표제'로 현재 물가수준이 목표범위를 벗어나 있더라도 중기적 흐름이 그 범위에 들어있다면 경기와 금융안정에 포커스를 두고 통화정책을 펴는 것"이라며 '물가가 낮아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4년 8월22일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 인근 그랜드 테튼 국립공원의 잭슨 레이크 로지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오른쪽)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나란히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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