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 내년부터 8년차까지 최저임금 위반…쟁점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경영계, 최저임금위원회 제도 개선안에 촉각…노동계는 반발 "저임금 노동자 생계 위협"
2017-11-02 06:00:00 2017-11-02 06:00:0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적용 시점이 6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중공업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임금체계 또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의 개편이 없을 경우 회사는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미지 제작=뉴스토마토)
 
현중, 최저임금 준수까지 '산 넘어 산'
 
1일 민주노총 현대중공업지부(노조)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에서 상여금이 변수로 떠올랐다. 노사는 지난해 5월부터 임단협을 진행 중이지만, 이견이 커 난항을 겪고 있다. 교섭이 실타래처럼 꼬인 상황에서 회사가 노조에 민감한 상여금 체계 개편을 꺼내든 건 최저임금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두 달에 한 번 100%씩, 연말과 명절에 각각 100%와 50%의 상여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매달 25%씩 지급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분기말과 명절에는 각각 100%와 50%씩 지급한다. 상여금 체계를 바꾸지 않을 경우 현대중공업은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 수당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10대그룹이자 조선업계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에서 왜 최저임금 위반 논란이 불거졌을까. 회사는 2015년부터 기본급 조정수당을 도입, 최저임금보다 약정임금이 낮은 직원에게 지급했다. 올해는 입사 3년차 미만의 생산직 노동자가 기본급 조정수당 지급 대상이다.
 
올해 입사한 현대중공업 생산직 노동자 김모씨의 임금명세표를 보면 지난 9월 158만5200원(연장근로수당 등 제외)을 급여로 받았다.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는 중식수당을 제하면 김씨의 월 급여는 147만710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월급기준)보다 9만7051원이 적다. 회사는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9만7100원을 기본급 조정수당으로 지급했다.
 
현대중공업 생산직 노동자의 최저임금(월급) 기준이 높은 건 노사가 합의한 월 소정근로시간 때문이다.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정해 월 소정근로시간을 243.3시간으로 책정했다. 주 5일 근무하는 사업장의 월 소정근로시간은 209시간으로, 올해 최저임금(월급) 기준은 135만2230원이다. 반면 243.3시간인 현대중공업은 157만4151원이다.
 
내년부터는 183만2049원보다 적게 받는 노동자에게 기본급 조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 조정수당 인상폭은 최대 25만7898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노조에 따르면 내년에는 입사 8년차까지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이 있다. 8년차의 약정임금은 176만9300원으로, 최저임금 기준보다 6만2749원 부족하다.
 
현대중공업은 최저임금 제도가 제조업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생산직 노동자는 기본급이 낮은 대신 장시간 근로로 인한 연장근로수당, 상여금을 받아 실제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을 훨씬 상회한다. 하지만 최저임금법이 상여금, 연장근로수당, 복리후생수당의 산입을 금지하고 있어 문제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좁은 탓에 실질 임금이 최저임금을 상회해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용자·노동자 만족할 최저임금 개선안 나올까
 
현대중공업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10일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도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요구한 6개 과제에 대해 전문가들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한다. 6개 과제 중 핵심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전문가 그룹이 논의를 한 뒤, TF 차원의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음달 전원회의에 보고한 뒤 고용노동부에 전달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경영계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돼 경영계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산입 범위가 확대될 경우 현대중공업은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해 최저임금 위반 소지를 피할 수 있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가 매달 25%의 상여금을 지급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과 상여금 금액이 비슷해 회사는 추가 인건비 부담 없이 최저임금을 준수하게 된다. 올해 입사한 생산직 노동자의 상여금 25%는 26만원가량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도개선 방안이 나와도 실제 개선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전까지 산입 범위를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8일 어수봉 최저임금위위원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여금, 교통비, 중식비는 최저임금 범위에 들어가야 하는 게 소신"이라고 답했다. 이후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에 항의방문을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산입 범위 확대에 대한 노동계의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될 경우 기업은 상여금을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겠다는 건 약자에 대한 횡포"라며 "산입 범위 확대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흔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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