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되더라도 일상생활 사용은 어려워"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 출입기자단 세미나
"비트코인 등 민간가상화폐, 희소성에 가격 결정되는 '가상 골동품'"
2017-10-02 12:00:00 2017-10-02 12:11:39
[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쓰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지난 29일 인천에 위치한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최근 논의동향과 시사점'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차 국장은 "2015년 말부터 중앙은행이 분산원장기술을 이용해 직접 가상통화(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발행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기 시작했다"며 "2014년 이후 일부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효과적이고 편리하게 구현하는 기술적 방안으로 분산원장기술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기술'이라고도 불리는 분산원장기술은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민간에서 개발된 '가상화폐(가상통화)'와는 다른 개념으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관리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를 뜻한다.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는 2008년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래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팽창해 현재 상위 4개 가상화폐 시가총액(2017년 9월11일 기준)은 1127억달러로 헝가리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2016년 기준 1243억달러)에 맞먹는다. 차 국장은 민간 가상화폐에 대해 "화폐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마케팅 목적이 큰 것으로 본다"며 "희소성에 가격이 결정되는 '가상 골동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상통화와 마이너스금리정책 간의 관계는 소비자의 현금보유동기를 낮춰 소비, 거래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홀 스탠포드대 교수, 아론 에들린 버클리대 교수, 윌렘 비터 시티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통한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양적완화나 포워드 가이던스보다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등 높은 수수료를 부가하는 민간 결제수단 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저소득층에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2015년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통한 마이너스금리정책 집행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지만 각국 중앙은행, 금융계는 보다 현실적인 목적에서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 우선 민간 가상통화 출현으로 지급결제업무에서 IT업체들이 입지를 다지고 있고, 일부 중앙은행은 화폐발행 감소에 따른 디지털화폐 발행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스위스 UBS 등 6개 주요상업은행은 USC(utility settlement coin)이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각 은행이 진출해있는 국가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을 담보로 보다 저렴, 신속, 안전한 은행 간 결제에 사용하기 위한 디지털화폐 구축을 준비중이며, 스웨덴 중앙은행은 2016년 'e-Krona 프로젝트' 출범 등을 계기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란은행 역시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에 따른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디지털화폐 발행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ECB(유럽중앙은행),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과 함께 지급결제시스템에 분산원장기술을 적용해보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중앙은행 예금거래 대상을 예금수취기관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미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문제에 가장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차 국장은 "현단계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일반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발행돼 일상생활에서 쓰이기에는 법률적, 기술적, 정서적 장애들이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조만간 발행될 가능성이 낮고 발행이 되더라도 은행 간 거래 및 중앙은행 간 거래에 특화된 지급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일상생활에서 쓰이려면 중앙은행이 각 경제주체들과 거래를 해야 하는데 이는 중앙은행 설립 취지와 상충되고, 민간은행 업무영역이 축소돼 사회 전체의 금융중개기능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화폐를 운영·관리할 24시간 결제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기술적 어려움과 이에 대한 해킹공격 가능성도 디지털화폐의 일상화에 큰 장애물이다.
 
차 국장은 "한국은행도 금융 및 지급결제 인프라에 분산원장기술의 적용 가능성과 안전성, 효율성 개선 여부에 관심을 두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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