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종교인 과세가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수 차례 논란을 거듭했기 때문에 이제는 별로 놀라운 이야기도 아니다. 현재 한국을 제외한 30곳이 이상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모두 교회 목사나 가톨릭 신부를 포함한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극히 일부 종교인을 제외한 대다수의 한국 종교인들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미국은 종교인을 자영업자로 간주한다. 종교인을 사업자로 본다는 얘기다. 종교인은 연방세는 물론이고 주세를 내야 한다. 또 사회보장세와 의료보험세도 납부해야 한다. 사회보장세는 기금으로 적립되고 종교인이 은퇴하면 연금이 지급된다.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은 종교인을 공무원과 비슷하게 분류한다. 종교인이 공무원처럼 정부로부터 매달 급여를 받는다. 이때 정부는 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종교인이라고 해서 원천징수를 면제하지 않는다.
종교인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교회세로 충당한다. 교회를 포함한 종교단체에 다니는 성도는 소득세의 8~10%를 교회세로 낸다. 교회세는 종교인 월급뿐 아니라 건축물 수리비 등으로 사용한다.
캐나다 과세 체계는 일반인과 종교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종교인은 종교단체에서 받은 보수와 사례금 등을 일반 개인소득자와 동일하게 소득으로 신고해야 한다. 소득이 없어도 보조금을 받으려면 무조건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
일본 또한 종교인 소득 신고를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면세점 이하로 신고한다.
한국과 차이점이라면 일본에선 소득을 줄이는 꼼수를 쓰더라도 소득 신고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종교인이 과세 체계 안에 들어와 있지만 한국에선 종교인이 여전히 과세 '사각지대'에 있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가 종교인 규모만 추측할 뿐 세수 효과 등을 추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한국의 경우 종교인 과세 시행 100여일을 앞두고 종교인들이 다시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종교인들은 과세당국이 종교인 과세를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심각한 조세저항을 맞이할 수 있다고까지 협박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 종교인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종교인 과세는 법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종교인들은 거기서 백기를 들지 않았다.
종교인들의 과세 반대는 계속됐고, 급기야 지난 8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교인 과세를 2019년까지 1년 미루자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말부터 종교계 지도자들과 잇달아 면담하며 종교인들의 우려 사항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종교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종교인 과세 안내책자를 만들어 10월 말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나서서 소득세법을 개정하려고 하는지, 또 부총리가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양해를 구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기획재정부까지 나서서 친절하게 안내책자까지 만든다고 하니 의구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김 부총리를 만난 기독교 지도자들이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며 내놓은 주장은 많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과세당국이 준비가 덜 돼 종교인 과세가 차질을 빚을 일도 없을 뿐더러, 종교인이 이를 걱정할 일도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리고 종교단체가 아닌 종교인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인데도 종교인 자신을 종교단체와 동일시하고 있다.
종교인들이 극심하게 반발할 정도로 과세가 부당한 것일까.
2015년 제정된 종교인 과세는 종교인이 받는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다. 종교인은 일반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세무사, 건축사, 변리사 등의 전문직이 받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종교인이 받는 소득도 기타소득으로 분류, 종교인들도 이들과 같은 부류로 보고 있다.
문제는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등 여타 전문직과는 달리 종교인은 근로자와 같이 식대나 자가운전보조금, 학자금, 자녀보육수당, 사택제공 이익 등이 비과세소득이라는 대목이다.
분명 종교인을 변호사나 공인회계사와 같은 전문직으로 본다고 했음에도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에는 은근슬쩍 근로자와 똑같은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사회적인 신분으로 변호사나 공인회계사와 같이 전문직 대접을 받으려 하면서도 정작 세금 계산을 할 때는 근로자와 같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비과세 무상제공 사택이다. 현재 근로자가 회사 사택을 무상이나 저가로 제공받는 경우, 그 이익에 대해선 비과세소득으로 본다. 회사가 직접 임차해 종업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회사 기숙사다.
그런데 종교인들도 비과세 사택제공 혜택을 똑같이 받는다. 회사의 기숙사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근로자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가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종교인에게 똑같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최근 종교인들의 반발이 끊이질 않자 기획재정부가 종교인이 받는 여러 판공비마저 비과세소득으로 인정해 주려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라며 "이는 기존 근로자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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