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건 기자] “어떤 상황, 어떤 이유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는 개최되어야 한다.”
김동호 이사장(오른쪽)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왼쪽)이 지난 11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기자간담회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신수원 감독, 배우 문근영 등이 참석해, 영화제의 개요와 행사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질문보다는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거취에 질문이 쏠렸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한 두 사람은 “영화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개최되어야 한다”며, 영화제 개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린 부산 영화의전당 사진/'뉴시스' 제공
지난 2014년 당시 당연직 조직위원장이었던 서병수 부산시장이 영화 ‘다이빙 벨’의 상영 불가 입장을 내비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배우들의 불참 선언, 영화 유관 단체들의 보이콧 선언이 잇따랐고, 자칫 영화제가 열리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영화제 정상화를 위해 2015년 강수연 집행위원장을, 2016년 김동호 이사장을 영입했다. 두 사람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일궈온 1세대 조직위원회 인물들이다.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에 대한 높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영화 유관단체들의 보이콧 선언, 조직위원회의 내부 갈등으로 김 이사장과 강 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를 끝으로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사실상 불명예 퇴진인 셈.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향후 자신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
김 이사장은 2012년에 발생한 회계상 착오에 대해 “그 당시에는 저나 강수연 위원장이 없었을 때 발생한 일”이라며 “당시의 일이 현재에 와서 문제가 됐다면, 지금 책임을 맡고 있는 제가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직위원회 내부 갈등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표했다. 김 이사장은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개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올해 4월까지 영화제를 잘 이끌어 왔다”며 “갑자기 소통이 안된다는 이유로 강 위원장이 그만둬야 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이사장은 “사소한 문제라도 우리가 있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면 그만 두는 것이 책임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강 집행위원장과 함께 그만두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처음 시작하는 날부터 오늘까지 3년간 매일 매일이 위기였다”는 말로 운을 뗐다.
강 집행위원장은 “3년 내내 위기와 절박함 속에서 급박하게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상황도 많았고, 영화제 운영에 관해서 바꿀 수 있거나, 방법에 의해서 뒤바꿀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며 “3년동안 영화제 내부의 마음고생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 일이었건, 영화제 내·외부 일이건 거기에 대한 총 책임은 집행위원장인 제가 지는게 맞다”며 “다만 올해 영화제를 차질 없이 마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사퇴 시기를 영화제 이후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가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그러나 두 사람의 사퇴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자리가 모두 공석이 되면 선장이 없는 배나 마찬가지인 셈. 내년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도 적잖이 나온다.
김동호 이사장은 이러한 주변의 우려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정관상으로 보면 이사장이나 집행위원장 모두 이사”라며 “이사나 이사장 또는 이사자이 궐위 되었을 때는 최연장자가 임시 의장 또는 임시 의사장으로 그 역할을 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장 궐위했을 때는 이사 중에서 최연장자가 이사장에 직무대리를 하기 때문에, 영화제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
또 부산시의 영향을 받는 이사진이 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모두 없앴고, 이사는 이사장의 재청으로 선출되는 것이 정관 규정”이라며 “이사진이 부산시를 대표하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단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선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개최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진. 사진/'뉴시스' 제공
그러나 김 이사장의 답변과는 달리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영화산업노조, 촬영감독조합, 한국감독조합 등 3곳이 보이콧을 유지하고있고, 여성영화인협회도 보이콧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또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호소하면서, 이사회와의 갈등도 예고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대표 영화제로 우뚝서느냐, 아니면 날개 없는 새처럼 계속 추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인가. 부산국제영화제의 향후 진로에 귀추가 주목된다.
신건 기자 helloge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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