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결국 지루한 법정 다툼을 낳았다. 논란을 촉발시킨 이도 사실 법원이었다. 이후 노사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되면서 정치권의 조정기능도 실종됐다.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관련 지침 역시 모호하고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한계를 보인다. 명확한 법 규정을 통한 논란의 종식으로 갈등의 재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송은 급증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35개 기업(총 고용인원 450명 이상)에서 제기된 소송건수는 모두 98건이다. 해당 기업당 평균 2.8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경영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관련 소송이 늘면서 노사 간의 갈등도 심화됐다는 입장이다.
통상임금 논란에 불을 당긴 건 2012년 3월 시외버스 회사인 금아리무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며, 통상시급을 재산정해 연장·휴일·연차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전 판례 및 고용부의 통상임금 산정 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대법원이 최초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정기상여금에 대해 이견이 없던 노동계와 경영계도 술렁였다.
이듬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자동차 부품사인 갑을오토텍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예외 조항을 적용했다. 재직자 요건과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다. 재직자에게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판단기준인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전원합의체의 판단이다. 노사가 암묵적으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임금협상을 했거나, 명백하게 노사 합의를 한 경우에는 신의칙이 적용된다. 신의칙은 민법상의 권리로 소송 관계자가 신뢰를 저버릴 경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통상임금의 경우 노조가 노사 간 신뢰를 깨고 체불임금 소송을 제기할 경우 신의칙 원칙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또 회사가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할 경우 경영상 위기에 직면할지를 판단토록 했다.
이를 놓고 노동계는 대법원이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영계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서 인건비가 크게 늘게 됐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금기어로 여겨졌던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까지 거론됐다. 양쪽 모두 법원 판단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통상임금 논란만 가중됐다. 취약했던 노사 간 신뢰는 불신으로 변질됐고, 양측의 이해 대립에 한국경제는 멍들었다.
우리나라의 임금 체계는 기본급은 낮은데 반해 각종 수당으로 임금을 보전한다. 기본급보다 각종 수당으로 받는 금액이 많아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수당의 종류만 270여개에 달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인 2012년 고용부가 발표한 임금 및 근로조건 실태에 따르면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 정규직의 월 임금 총액은 330만9000원이다. 이중 통상임금은 237만4000원, 상여금은 50만6000원이다. 기타 수당은 14만3000원이다. 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5.2%에 달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상여금의 비중은 24.2%다. 대기업과 제조업종으로 갈수록 상여금 비중은 높아진다.
기업은 대법원 판결 이후 정기상여금을 경영실적에 따라 성과급 형태로 차등지급하고 있다. 이 경우 고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또 각종 수당을 복리후생 성격의 수당으로 전환하고 있다. 통상임금의 범위와 적용시점도 노사가 자율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상여금은 임금과 복리후생 성격이 혼재돼 일률적으로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소정근로의 대가로 제공되는 모든 임금은 통상임금이라는 입장이다. 초과 근무수당을 제외한 모든 임금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토대로 지급하기로 약속됐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노무법인 참터의 유성규 노무사는 "통상임금 분쟁은 고용부와 법원이 우회로를 만들어 줬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사용자가 약속한 모든 임금이 통상임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해결책으로 근로기준법에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통상임금과 관련한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없다. 법 시행령과 지침에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논란만 자처했다. 고용부는 임금제도개선위원회와 노사정위를 통해 입법을 추진했지만 노사정의 이견이 커 무산됐다.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의 판단기준인) 고정성·일률성·정기성은 불명확해 해석상 논란만 거듭되고 있다"며 "통상임금의 기준과 범위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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