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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개인화’ 집중 넷플릭스…세계 미디어 시장 ‘재편’
인공지능으로 고객 감성까지 분석…국내 업체, 과감한 혁신으로 경쟁력 제고해야
넷플릭스하다|문성길 지음|스리체어스 펴냄
2017-08-16 18:00:00 2017-08-16 1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넷플릭스드(Netflixed)’란 신조어가 관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넷플리스 당하다’로 직역되는 단어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과감한 혁신으로 붕괴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DVD 대여업체로 시작한 넷플릭스가 인터넷 스트리밍 기술로 전 세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재편하고 있는데서 유래됐다.
 
한 기업의 명칭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어떻게 ‘시장의 파괴’를 설명하는 동사로까지 확장됐을까. 국내 미디어 시장 전문가로 활동해 온 문성길씨의 신간 ‘넷플릭스하다’는 바로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방송위원회, KT스카이라이프(Skylife) 콘텐츠본부장, 스카이티브이(sky TV) 대표 이사를 거쳐온 그가 전문가적 식견에서 넷플릭스의 혁신 요인들을 고찰하며 해답을 찾아간다.
 
책은 넷플릭스가 론칭 초기부터 경쟁업체와 노선을 달리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란돌프가 세운 회사는 DVD 대여산업이 각광받던 당시 ‘우편 배달’이라는 특이한 서비스 방식을 도입했다. 고객들은 월 정액제만 내면 원하는 영화를 선택하고 우편으로 DVD를 받아볼 수 있었다. 무제한이면서 연체료가 없는 방식이었기에 당시 산업 지배하고 있던 블록버스터 등 경쟁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넷플릭스의 전략은 이후 더욱 발전적인 형태로 변주된다. 2000년에는 가입자들이 매긴 별점을 토대로 영화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도입, 사용자들의 콘텐츠 이용률을 높였고, 2007년에는 광고 없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워치 인스탄틀리(즉시 시청)’를 선보였다. 2012년에는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N스크린 기술을 개발하며 ‘TV 에브리웨어’ 시대를 연다. 
 
저자는 “넷플릭스는 스마트TV, 셋톱박스, 블루레이 플레이어, 스마트폰, 태블릿 등 가장 많은 디바이스를 지원하는 기업으로 꼽힌다”며 “이렇게 함으로써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를 플랫폼 안에 묶어둘 수 있게 되고 소비자는 더 많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사용자 편의성과 가치에 맞춘 서비스들이 결국 넷플릭스의 수익성으로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구입, 제작까지 나서는 혁신을 꾀하고 있다. 자체 제작 드라마였던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BBC 원작 판권을 사들여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고객의 개인적 성향을 철저히 분석하는 과정을 밟았다. 하루 평균 3000만건의 동영상 재생 기록과 400만건에 달하는 이용자 평가, 300만건이 넘는 검색 정보와 위치정보, 단말기 정보, 영상 색깔 톤과 음량까지 조사해 제작에 활용했다.
 
저자는 “당시 이 드라마는 제작자의 직감을 배제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성공했고 넷플릭스의 제작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며 “최근에는 사용자 감정까지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에 힘쓰며 콘텐츠의 기획, 제작,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사용자 중심’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에 둔 넷플릭스는 현재 중국과 북한, 시리아 등을 제외한 190여 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 공룡’이 됐다. 지난 6월 기준 전 세계 가입자가 1억명을 넘어섰고 그 중 절반은 미국 외부에 있는 해외 가입자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1월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점차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 국내에서 넷플릭스의 장악력은 미미한 실정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에 공급하는 콘텐츠 수가 적은데다 월 이용료도 비싸게 책정된 탓이다. 이에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을 우려하던 미디어 사업자 대부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국내 업체들이 당장의 결과만을 놓고 보기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의 신흥시장 성장 곡선에 따르면 콘텐츠 부족, 인프라 미흡 등에 어려움을 겪다 3년 후 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라질에선 남미를 배경으로 한 ‘나르코스’, ‘3%’ 등의 킬러 콘텐츠가 대박을 내면서 1년 만에 3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끌어 모으기도 했다.
 
저자는 “올해 6월 극장과 넷플릭스로 동시 개봉한 ‘옥자’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 넷플릭스의 국내 파급력을 점친다. 그리고 소비자 개인에 초점을 맞춘 기술과 콘텐츠 결합 전략을 펴는 구글과 애플, 바이두, 알리바바 등을 언급하며 우리 사업자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빅데이터, 기술혁신, 개방과 제휴 등 넷플릭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혁신 핵심에는 이용자가 있었다”라며 “결국 소비자 불편을 혁신하는 사업자가 기존 판도를 뒤엎는다. 국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시 선도자들의 과감한 혁신 방법을 배워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넷플릭스하다' 사진제공=스리체어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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