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무일식 검찰개혁'은 성공할 것인가
입력 : 2017-08-14 06:00:00 수정 : 2017-08-14 06:00:00
한 마디로, 검찰의 개혁안과 법무부의 개혁안은 한동안 동상이몽의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은 검찰이 빈손으로 백기 투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강조해왔던 검찰개혁의 본질은 그동안 ‘검찰이 가지고 있던 권력과 힘을 경찰이나 제3의 기관으로 이양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검찰이 이를 쉽게 수용할리 만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댈 곳이 없는 검찰’로서는 이길 수 있는 혹은, 버틸 수 있는 묘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수처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거나 답변을 회피하여 청문회 때 구설에 올랐던 문무일 현 검찰총장은 지난 7월 25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대만 학자인 난화이진(南懷瑾, 1918∼2012) 선생의 한시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를 읊어 대통령식 검찰개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쳤고, 8일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는 중요 현안에 대한 개혁의지는 유보한 채 ‘수사심의위원회’ 설치와 ‘비리 검사 감찰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개혁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외부 전문위원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꾸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검찰 비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내용의 소위 '문무일식 개혁안'을 내세움으로써 여타의 개혁압력을 막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수사 시작서부터 기소 때까지 전 과정에 외부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형사부를 강화하며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특별수사의 ‘총량’을 줄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과연 그의 그러한 의지가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미지수이다. 지난 달 경찰 등 권력기관의 개혁과 관련해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을 최대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연말까지 경찰권 분산 및 인권 친화적 경찰 확립 실행방안과 연계해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2018년부터는 수사권 조정안을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워 문무일식 개혁안과는 배치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다가 광역단위의 자치경찰과 관련해 올해 자치경찰 관련 법률을 재개정하고 2018년 시범실시를 거쳐 2019년부터는 광역단위의 자치경찰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선언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문무일식 개혁안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인 9일, 법무부에서는 전원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공수처 설치와 법무부 탈검찰화 등 검찰 권한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11월까지는 권고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기로 하면서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경찰학교장 사이의 진흙탕 싸움으로 그 모양새가 빠지기는 했지만, 경찰청 역시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겠다는 태세다. 지난 6월 16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전제로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인권보호·자치경찰·수사개혁 3개 분과로 나뉘어 검찰과의 전쟁을 대비하고 있다. 특히 경찰에서는 수사지휘권과 영장청구권 확보를 핵심 목표로 삼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오랫동안 형성되어 온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경찰’을,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하는 경찰’로 바꿔놓는 것을 1차적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독립된 수사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 신설방안을 마련하고, 민정수석 취임 초기에 논의되었던 인권 친화적 경찰 구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구성원들의 자기 목소리 내기가 매우 쉽고 일반화되어 있다. 자연스레 목소리 크고, 목소리가 많은 쪽이 이기게 되어 있다. 그것이 밥그릇 싸움이던 명분 싸움이던 일단은 숫자가 많고 적극적인 쪽이 유리하다. 의사와 약사의 싸움이 그러했고, 사법시험 대 로스쿨의 싸움이 그러했다. 또한 내어줄 것이 많은 쪽과 뺏어올 것이 많은 쪽의 싸움이라면 당연히 후자가 이기기 쉽다. ‘당신이 많이 가지고 있으니, 한 두 개만 줘도 좋지 않느냐’는 논리가 개입되기 시작하면 이미 그 싸움의 끝은 안 봐도 될 정도다.
 
사방팔방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검찰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국민적 여론이겠지만, 현재는 그 여론이 검찰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검찰총장과 검사들이 아무리 외쳐 봐도 의미 없는 메아리에 불과할 수가 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이미 역사의 방향은 정해졌고, 다만 속도의 문제만 남아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