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전신주 오르는 기사들…"작업중지 대신 개통 재촉만"
안전사고에 무방비 노출…정부, 근로환경 개선안 제출 주문
2017-08-07 15:11:33 2017-08-07 15:23:58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케이블TV·인터넷 설치기사들은 작업량을 채우기 위해 연일 전신주를 오르내리고 있다. 본사와 협력업체는 영업실적에만 몰두, 근로환경 개선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7일 KT서비스 소속 유선통신 설치기사 강모씨는 35℃가 넘는 한낮에 전신주에 올랐다. 회사로부터 이날 할당받은 개통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내리쬐는 햇볕에 전신주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얼굴에는 땀이 흘러내렸지만 손길은 분주했다. 그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는 토시와 얼음을 채운 1.5ℓ짜리 생수병 하나가 전부다.
 
강씨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취재팀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티브로드 소속 설치기사들의 혹서기 근무환경을 취재한 결과, 이들은 본사와 협력업체가 '폭염주의보'에도 아랑곳없이 할당량 재촉에 바쁘다고 주장했다. 한 티브로드 기사는 "장마에 밀린 개통업무 재촉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중한 업무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집중력이 급격히 저하, 감전과 낙상 등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커졌다. 한 LG유플러스 기사는 "현기증이 나서 전신주에서 떨어질 뻔한 동료도 있었다"며 "한여름에 하루 12시간씩 한달 평균 27일 넘게 일하는데 안전장비 지급도 없고, 이러다가 누가 죽어 뉴스라도 나야 멈춰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에서는 '작업량 채우면 수당을 주니 정당한 대우'라고만 여길 뿐, 안전사고 등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KT서비스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티브로드 가운데 폭염이라고 수당을 가산해주는 경우는 없었다. 폭염에 대비해 근무환경 대책을 마련한 곳도 없었다. KT서비스가 땀으로 인한 탈수와 갈증 해소를 막기 위해 설치기사들에게 식염포도당을 지급하고 있을 뿐이다. 한 KT서비스 기사는 "회사에서는 정규직이 됐으니 애사심을 가지라고 하는데 정작 보호받는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일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재허가 조건으로 3개월 내에 관련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복지 향상 등 상생방안을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폭염 때 작업환경 등 세부 상황에 대한 대책은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지만 근로자들이 지속해서 불만을 제기하거나 언론에서 지적된 부분들은 이행계획에 반영되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5월10일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한 인터넷통신업체 설치기사가 전신주에서 작업 중 신체 마비가 발생, 119소방서 대원들의 구조를 받고 있다. 케이블TV·인터넷 설치기사들은 기록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과중한 업무에 내몰리면서 안전사고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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