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 실수령액 가장 많은 곳은?…은행 < 인터넷은행 < 핀테크사 순
은행들, 수수료 인하해도 '환율스프레드' 손못대…중개자 없는 핀테크사가 경쟁 우위
2017-08-02 08:00:00 2017-08-02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매월 100만원을 보내는 기러기아빠 김모(51)씨는 환율에 따라 실제 받는 돈이 들쑥날쑥하다 보니 매일 아침 원·달러 환율을 체크하는 게 습관이다. 해외로 보내는 돈에 공돈이 떼이는 것 같아서다. 시중은행부터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업체들까지 해외송금 서비스업체들이 많이 생겼고 저마다 낮은 수수료를 내놓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올라간 환율을 보상해주는 곳이 어디인지 찾고 있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업체들이 시중은행이 독점해온 해외 송금시장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고객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너도나도 저렴한 수수료를 책정하는 가운데 앞으로의 해외송금 경쟁력은 환율에 따른 손실을 얼마나 보장해주느냐, 송금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느냐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핀테크 업체를 통해 100만원을 미국으로 송금한다고 했을 때 각 기관의 수수료와 환율 책정기준에 따라 실제 현지에서 받는 금액이 최대 8달러 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100만원을 미국으로 송금하면 원·달러 매매기준율(지난달 말 기준, 1117원)에 따라 현지에서는 895.18달러를 받게 된다. 시중은행은 실제 현지에서 받는 금액이 887달러로 가장 적었으며,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이 890.64달러, 핀테크 업체가 893~894달러 수준이다.
 
현지 수취금액이 은행에서 가장 적은 이유는 중간에서 떼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을 통해 해외로 돈을 보낼 때 통상적으로 송금수수료, 전신료, 중개수수료, 수취수수료 등 수수료를 내야 한다. 돈을 보내는 사람은 송금수수료와 전신료를 부담하고 받는 사람은 수취수수료를 낸다.
 
특히 송금수수료에는 원화를 외화로 바꾸면서 부과하는 환전수수료가 포함된다. 환전 수수료는 소위 '환율 스프레드'(외화를 팔 때와 살 때의 차이)라고 불리는데, 고객의 환전 요구에 따라 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말한다.
 
국내 수요가 많은 미국 달러는 스프레드가 1.75%선이다. 100만원을 달러로 환전하면 1만7500원을 공제하고 외화로 바꾼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전신료'라는 수수료가 추가되는데, 이는 해외 현지은행과의 대차거래 비용이다. 은행들은 외화 송금을 위해 현지 은행에 계좌를 만들고, 현지 은행 역시 국내 은행에 계좌를 만들어 대차거래를 한다.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대차거래에서 '스위프트'라는 국제 금융결제망을 이용한다. 이 비용은 대부분 은행이 송금액과 상관없이 8000원 가량을 받는다. 따라서 100만원을 달러로 송금하면 환전수수료(1만7500원)와 송금 수수료(1만원), 전신료(8000원) 등 3만원이 넘는 금액을 내야 한다.
 
물론 은행 창구에서 거래하더라도 이 수수료들을 모두 내지는 않는다. 은행들이 '고객 우대'라는 이름으로 할인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환전수수료는 영업점에서는 최대 80%, 인터넷은행에서는 90%까지 우대를 해주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스위프트 대신에 씨티그룹과의 협약으로 고객에게 부과하는 해외송금 수수료 가운데 전신료와 중개수수료, 수취수수료를 없앴다. 씨티의 송금망을 빌려 현지 금융사와 직접 연결하고 카카오뱅크는 씨티에 송금망을 이용하는 대가를 지급한다.
 
다만 카카오뱅크도 은행인 만큼 원화를 외화로 바꾸기 위한 조달 비용은 불가피 하다. 이 때문에 환전수수료를 포함한 송금수수료가 발생하는 것이다. 환전수수료까지 면제하게 되면 은행이 조달비용을 모두 떠안아야하기 때문에 손실이 불가피하다.
 
핀테크 업체들은 매매기준율로 송금 처리를 하기 때문에 스프레드에 따른 손실이 가장 적다. 지난달부터 핀테크 업체들의 해외송금 서비스업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업체들은 블록체인 등 핀테크 기술을 활용하거나 현지 프리펀딩 방식 등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 코인원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내놓았다. 송금신청이 들어오면 입금된 원화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매수하고 이를 해당 국가에 전송한다. 해당 국가 제휴사는 코인원이 보낸 가상화폐를 매도한 후 해당 현금을 수신자에 입금 해준다.
 
코인원 측은 "기존 스위프트 네트워크를 이용해 국제 중개은행을 거치던 방식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중개은행을 가상화폐 거래소로 대체했다"며 "핀테크 기술을 통한 해외송금은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환전수수료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핀테크업체 토마토솔루션은 자사 통통 메신저를 이용한 통통트랜스퍼를 내놓았다. 영국의 '트랜스퍼와이즈'와 유사한 서비스로 개인 간 거래인 P2P 방식으로 은행이 개입하지 않고, 해외송금을 원하는 국가에서 각각 상대국으로 송금하려는 사람을 찾아 연결해 준다.
 
은행권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에 맞서 시중은행들이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해외송금수수료는 평준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환율스프레드에 따른 손실을 얼마나 보장해줄 수 있는지, 얼마나 빠른 송금 시간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향후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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