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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확대"vs 노동계 "현행유지", 이번엔 '최저임금 산입범위' 공방
2017-07-24 06:00:00 2017-07-24 06:00:00
[뉴스토마토 구태우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재계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의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각종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해 경영인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9월 열릴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날선 공방이 예상된다.  
 
23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행 최저임금에는 상여금과 식대 등 각종 수당이 포함되지 않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인의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최저임금법 시행규칙은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는 임금의 범위를 규정했다. 기본급 외에 매달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은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무수당, 직책수당, 위험작업수당, 격오지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할 수 있는 수당에 해당된다. 물가 변동과 직급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수당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다. 상여금도 매달 지급할 경우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된다. 
  
매달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이지만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는 수당도 있다. 근속연수와 근로시간에 따라 지급되는 근속수당, 야간·연장·휴일근로수당은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는 수당이다. 노동자의 복리후생을 위해 지급되는 가족수당, 주거수당, 교통비, 식대도 최저임금 산입이 불가능하다. 상여금도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매달 지급되는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다는 게 재계와 경영계의 불만 중 하나다. 2020년까지 연평균 15% 이상씩 인상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져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만큼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는 수당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20일 "실질 임금은 굉장히 높은데 기본급이 낮은 기업이 많다"며 "(현행 최저임금법으로는) 기업들이 필요 이상의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임금체계는 기본급이 낮은데, 각종 수당으로 낮은 임금을 보전하는 구조다. 기업은 통상임금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기본급 금액보다 수당으로 받는 금액이 많아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큰 임금체계'라고 부르는 이유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낮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할 경우 저임금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마트의 경우 2015년 상여금의 일부를 기본급에 포함시켰다. 연 2회 지급되는 상여금을 기본급에 산입해 매달 지급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썼다는 게 이마트노조의 주장이다. 
 
경영계의 요구가 수용돼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될 경우 최저시급이 최저임금보다 낮아도 각종 수당을 산입해 최저임금 위반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을 위해 최저임금제도입추진실무작업단은 최저임금의 범위를 기본급으로 할지 통상임금으로 할지를 두고 고심했다.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할 경우 수당이 많은 직종에서 최저임금이 낮을 수 있어 기본급으로 정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생활임금 수준으로 기본급이 오른 후에는 산입 범위 확대를 논의할 수 있다"며 "지금 확대할 경우 사용자들이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요건을 갖출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됐다. 통상임금의 적용 범위는 넓어졌는데 최저임금의 임금 범위는 좁게 해석돼 격차를 줄일 필요있다는 게 경영계의 설명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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