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X케미칼, 취업규칙도 '개악'
기명투표로 직원 동의 받아…근로기준법 허점 악용
입력 : 2017-07-17 15:26:45 수정 : 2017-07-17 15:40:51
[뉴스토마토 구태우기자] KPX케미칼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각종 복리후생 조항을 없애는 내용의 취업규칙 개정을 기명투표로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취업규칙 개정 동의 여부를 묻는 투표에 성명·사번 등 개인정보를 기입하게 해 반대의사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17일 한국노총 KPX케미칼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8월과 올해 7월 두 차례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친환경에너지의 수요가 늘어 수익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성과급·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해 비용절감이 필요하다는 게 취업규칙 개정의 이유였다.
 
지난해 8월 회사는 600%의 성과급을 인사평가를 통해 지급하고, 3년 동안 호봉제를 유지한 뒤 연봉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개정을 추진했다. 휴직급여 지급 기준을 강화, 유급휴가 사유를 대폭 축소했다. 업무 외 질병이나 전염병으로 치료가 필요할 때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던 규정도 삭제했다. KPX케미칼은 직원의 동의를 받기 위해 울산공장 강당에서 기명투표를 실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는 취업규칙 변경을 반대하거나 기권할 경우 불이익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찬성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호봉제 폐지와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은 임금과 직결돼 노동자들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전체직원 90.8%가 동의해 취업규칙을 개정,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회사는 지난 3일에도 취업규칙 변경 관련 기명투표를 실시했다. 직원 3~4명씩을 사무실로 부른 뒤 취업규칙 변경(통일)에 동의하는지 투표토록 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76.5%의 직원이 취업규칙 변경에 찬성했다. 
 
전문가들은 근로기준법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로 보고 있다. 법은 취업규칙 변경시 직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투표 방식은 특정하진 않았다. 노사갈등이 극심했던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지난 4월 저성과자를 대기발령하고, 징계해고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을 기명투표를 통해 실시해 논란이 됐다.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내용이었지만 직원 과반수 이상이 찬성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비밀투표를 원칙으로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KPX케미칼 측은 "사업장이 떨어져 있어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명투표했다"며 "다른 회사들도 기명투표를 일반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진/KPX케미칼노조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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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태우

구태우 기자입니다. 기본에 충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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