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모든 프로선수 권익 위해 국제축구선수협 지부 유치할 것"
'국제축구선수협 한국지부' 추진하는 박지훈 변호사
"부상·은퇴 선수들, 살 수 있게 해줘야…각 팀 주축 선수 적극 나서길"
입력 : 2017-07-18 06:00:00 수정 : 2017-07-19 21:46:47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1980년대 프로야구를 시작으로 태동한 국내 프로스포츠는 그간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를 도약 삼아 눈부신 양적 발전을 이뤘다.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줄 인프라는 구축됐지만, 구성원인 선수의 권익 보호 등 질적 향상에는 소홀했다. 2000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탄생한 이후 다른 종목들까지의 파급 효과는 없었다. 선수가 구단에 종속된 특유의 문화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구단과 선수가 동등한 관계에 있는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스포츠선진국'과 크게 비교됐다. 이런 와중에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태웅·사법연수원 35기)는 지난달 8일 열린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총회에서 올 12월 있을 한국 지부 발족을 추진 중이다. 박 변호사를 지난 12일 만나 이번 일에 대한 추진 배경 등을 들었다.(편집자주)
 
박지훈 변호사가 스포츠 법제 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태웅
 
지난달 서울시에 사단법인 설립신청서를 제출했고 12월 FIFPro 지부 승인을 앞두고 있다. 현재 진행 상황이 어떤가.
 
사단법인은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설립될 예정이다. FIFPro 지부 승인이 없더라도 국내에서 사단법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 다만 지부 승인을 받으면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식 인정한 FIFPro라는 강력한 '국제 노조'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야구선수협은 태동 초기 한국야구위원회(KBO)나 구단들의 강한 반대에 영향을 받았다. 이에 겁먹은 선수들의 태도 변화와 침묵도 있었다. 반면 축구는 FIFA가 인정한 FIFPro 지부 형식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구단의 테두리에서 독립된 구조로 보인다.
 
그렇다. FIFA가 FIFPro를 인정하고 있고 저희가 그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한축구협회나 연맹도 대놓고 뭐라 말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제기구인 FIFA가 우리 협회나 연맹보다 상위단체이기 때문이다. 저희로서는 상당히 유리한 면이 있다.
 
그간 국내 프로스포츠는 양적인 팽창을 이뤘지만, 지금까지 선수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구조가 아니었다. 법적인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이번 지부 출범은 구단에 종속된 처지에서 벗어나 선수 개인마다 힘을 얻는 계기가 될 텐데. 가장 큰 도입 배경은 아무래도 선수 권익 보호 및 향상 아닌가.
 
맞다. 가장 큰 이유는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서다. 제가 처음부터 이 일에 관여한 것은 아니고 1년 전부터 시작했다. 제가 FIFPro 아시아 회장국인 일본에 인맥이 있다. 일본에서 한국 지부 설립을 도와줄 변호사를 찾다가 저에게 연락이 왔다. 2013년부터 지부 설립을 준비한 분들도 있고 여러 뜻이 조금씩 모여 지금에 이르게 됐다. 현재 고액 연봉을 받는 최상위 선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여러 이유로 구단으로부터 임금을 못 받는 등 부당한 환경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구단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대우받으면서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세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구단에 대항할 만한 선수 개개인의 힘이 전혀 없다. 이런 악습이 너무 많아서 여러 피해 사례를 없애고 선수들의 힘을 키우기 위해 이번 일을 계획했다.
 
프로축구는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진 2011년 이전까지 번외 지명으로 입단한 신인 연봉은 1200만원에 불과했다. 2015년 발표에 따르면 신인 자유계약 시 B급은 계약금 없이 연봉 2000만원이다. 연금과 같은 은퇴 선수 복지에 대한 정책도 부족하다. 이번 지부 설립으로 프로축구 선수 처우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다.
 
기본적으로 방출되거나 은퇴한 선수들을 보호하는 게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단기적인 계획은 아니고 방출된 선수들을 모아서 구단 관계자들 앞에서 FIFPro 주관의 트라이아웃을 열어 다시 한번 구단의 평가를 받을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평생 축구만 한 선수들이 은퇴하면 막막하지 않나. 재취업 교육을 열어주고 선수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구단에서 나오면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우리가 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한다. 또 부상 선수에게 보험처럼 일정액을 지원해주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선수 연금'도 생각하고 있지만, 이렇게 가려면 메이저리그만큼 K리그도 대중의 인기가 따라와야 한다. 아직 막연한 이야기지만 특정 소수가 아닌 모든 선수의 권익을 위해 추진하려고 한다.
 
지난 달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라스테이에서 열린 국제축구선수협회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총회에서 한국 지부 발족을 위한 안건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월30일 기준으로 779명이 등록된 전체 K리그 클래식·챌린지 전체 선수 대비 지부 회원은 192명으로 많은 편이 아니었다. '대표 단체'로써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더 많은 참가가 필요해 보인다.
 
등록 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차이다. 저는 충분히 현재도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선수들이 구단·연맹과 껄끄러운 분위기에 놓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는 분명히 있다. 연맹과 협회도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부정적이다. 이런 반대들은 충분히 예상했다. 다만, 이로 인해 이탈자가 나와 조금 걱정이다.
 
프로야구선수협도 출범 초기 각 팀 내 주축 선수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속도가 붙었다. 톱클래스 선수들이 가입해야 중간급이나 신인 선수의 가입 바람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 지부도 K리그 각 팀 주축 선수들의 참가가 중요해 보인다.
 
당연히 주축 선수들 참가가 중요하다. 팀 내 주전 선수들이 많이 있는데 전면에 잘 나서지 않는다. 비용 문제가 크다. 축구는 상위급 선수들의 출전수당이 500만원에서 1000만원씩 한다. 감독이 내보내지 않으면 선수 입장에서는 출전만 해도 받는 돈을 그냥 날리게 된다. 매 경기가 돈과 관련돼 있고 경기에 나와야 하니 더욱 구단에 밉보여서는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수원에서 뛰다가 은퇴한 곽희주가 용감히 자기 이름을 드러낸 경우인데 사실 이미 지부에 가입한 유명 선수들이 더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와 현역 국가 대표가 포함돼 있다. 특히 이 현역 대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차출 문제를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지부 가입을 호소하는 영상을 제작할 정도로 전면에 나섰다.
 
사단법인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대한농구협회 2급 심판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 현안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스포츠 분야에 적극적인 이유가 있나.
 
워낙 스포츠를 좋아한다. 사회인야구를 오래 하니 야구나 농구선수들을 많이 안다. 사회 모든 면이 농축된 스포츠는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스포츠는 인간을 사회화하는 최고의 틀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만 봐도 대통령 후보에 오르거나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 이 후보가 어느 대학 포워드였는지, 어느 대학 쿼터백이었는지와 같은 것들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경력 중에서도 메인으로 나온다. 또 스포츠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게 하는 공동체적 의미도 가진다. 그러니 공정해야 한다. 스포츠가 부정하다면 존재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 스포츠 승부 조작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 최근 논문도 직접 썼다. 돈 몇 푼이 아쉬워서 하는 선수도 있지만, 상당 부분 '먹고 살 수 있는' 이들이 가담한다. 선후배 문화도 관련돼 있고 나중에 이게 연결이 돼 같이 조작하게 되는 구조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스포츠 존재 이유가 없게 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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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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