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현지시간으로 1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보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 요청이 도착하면서 '시한폭탄'으로 여겨졌던 '재협상'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정부는 '재협상'이 아니며 협정국 누구나 요청할 수 있는 통상적인 관례일 수 있다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당선 전부터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왔던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변화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FTA 당사국 요청…공동위원회 30일 안에 구성
미국측의 요청에 따라 가장 먼저 30일 안에 공동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한미 FTA는 당사국의 요청이 있으면 공동위가 의무적으로 개최되도록 규정돼 있다. 이 공동위는 자체에서 개정을 고려하고, 양허 사항까지 수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한 쪽은 개정 협상을 하자는 거고, 한 쪽은 뭐가 문제인지 얘기해보자는 것"이라며 "공동위원회 의사결정은 양측 합의가 돼야 결정할 수 있다. 개정 협상 개시는 공동위에서 양측 합의 이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의미"라고 했다.
정부는 공동위를 아직은 개최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미국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정부는 산업부 장관이 통상장관이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현재 산업부에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는 정부조직법 개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한·미 FTA 공동위의 우리측 공동의장은 통상교섭본부장이 되는게 맞고, 현재 물리적으로 임명이 안돼 개최할 상황이 안된다"고 말했다.
또 최종적으로 공동위가 개정을 합의하더라도 양국의 국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의 경우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한 뒤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통상조약 체결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대외경제 장관회의를 거쳐 국회에 보고를 하면 개정협상 개시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하다. 양측 개정 합의 후 협상 개시 90일 전까지 의회에 협상개시 의향을 통보해야 하고, 연방관보에 공지함과 동시에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 또 협상 목표에 대해서도 협상 개시 30일 이전에 공개해야지만 개정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다.
미 '무역적자 110억달러 이상 증가'…한 '상호호혜적 FTA'
개정 협상 테이블이 열릴 경우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무역적자다. 미국은 한·미 FTA가 미국에 막대한 무역적자를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0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이래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는 매우 심각하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의 무역적자는 7355억달러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16억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277억달러로 무역적자국 가운데 8위 수준이다. 1위는 중국으로 3470억에 이른다.
여 국장은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됐듯 미국이 개정, 수정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역적자 크다라는 생각 때문인데, 우리 정부는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해 FTA가 양국에 상호호혜적이라는 부분을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2015년 258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 이후 2016년 232억4000만달러, 올해 5월까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억7000만달러 감소한 68억6000만달러 수준이다.
산업부는 이 같이 무역적자 폭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세계 교역이 12% 감소할 때 양국교역은 오히려 12% 증가했다는 점, 미국은 서비스부문에서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는 누적액은 미국의 투자액보다 많다는 점 등을 미국측에 설명할 계획이다.
여 국장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컸던 것은 거시적으로 미국의 경제가 호황이었고 이에 따라 수입이 증가했던 것"이라며 "미시적으로는 한국에서 미국에 설립한 기업들이 중간재를 한국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무역적자가 늘어났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철강 주요 쟁점으로 부각 전망
품목별로 한·미 FTA 재협상의 쟁점은 자동차와 철강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미국은 무역적자보고서와 함께 철강의 안보영향 보고서도 준비 중이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무역적자국, 철강 수입국에 대한 규제를 높힐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의 대미 수출품 가운데 자동차와 철강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 수출액은 2011년 86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54억9000만달러로 증가했다. 미국은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된 뒤 2.5%였던 관세가 지난해부터 폐지됐고, 이에 따라 국내 시장이 더욱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철강 또한 한국의 전체 수출액 가운데 12%의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으로 미국은 중국산 철강이 한국을 거쳐 덤핑으로 미국에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적자를 언급하며 두 품목을 지목했다.
여 국장은 이에 대해 "한·미 FTA 발효 이후 4년 동안 관세율이 변하지 않았는데 자동차 수출이 늘었다는 것은 경쟁력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016년 이후 관세가 없어졌는데도 자동차 수출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철강 수출과 관련해서는 "트럼프의 당선 기반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도시)를 위한 정책으로 철강 안보 보고서를 서둘러 준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의회나 국방부, 재무부 등에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의 안보 동맹국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철강 공급국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 간 상견례 및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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