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기자] 노조 파괴 의혹을 받고 있는 KPX케미칼은 복수노조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기존 노조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복수노조 사업장은 교섭에 참가할 대표노조를 정해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노조가 대표노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조 설립에 개입, 기존 노조의 영향력을 차단한다. 이른바 어용노조다. 노동계는 복수노조 제도의 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 교섭창구 단일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이 복수노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노동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로 인해 소수 노조의 노동권을 보장하려는 복수노조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복수노조 제도는 2011년 7월 도입, 올해로 시행 6년째를 맞았다. 헌법은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사업장에 하나의 노조를 설립할 수밖에 없어 개개인의 노동권이 침해됐다는 게 노동계의 기존 입장이었다. 복수노조 도입 이후 사업장에 두 개 이상의 노조 설립이 가능해져 기존 노조에 가입을 원치 않는 노동자들도 자유롭게 노조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노조간 경쟁이 전개, 노동자들의 권익보호 목소리도 커졌다. 롯데마트의 경우 복수노조가 생긴 뒤 기존 노조가 이전보다 비정규직들의 처우에 힘을 쏟고 있다. 복수노조 시행으로 인한 단점도 적지 않다. 노조법에 따라 복수노조 사업장은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진행한다. 개별 교섭을 할 수 있지만 사용자가 수용해야만 가능하다. 이로 인해 노노갈등이 발생하거나 사용자가 기존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복수노조 관련 사건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시행 첫 해 133건을 기록, 매년 증가세를 이어오다 2014년 소폭 감소한 뒤 2015년 741건이 접수돼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 접수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건수는 947건으로, 노조 활동으로 불이익을 받은 경우가 793건(83.7%)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같은 해 노동위원회가 처리한 767건(이월 180건)의 사건 중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사건은 66건에 그친다. 검찰로 송치된 사건 260건 중 기소된 사건도 64건(24.6%)에 불과하다.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부당노동행위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처벌이 약해 사용자들이 복수노조 설립에 개입하거나 특정 노조에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성기업은 2011년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조합원이 많아 노조별로 개별 교섭을 진행했다. 이듬해 회사측 관리자들이 대거 노조에 가입, 기업노조의 조합원수가 많아지자 유성기업은 민주노총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했다. 2014년 한국타이어에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설립되자, 회사는 민주노총 노조의 조합원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노조와 임단협을 맺고 공장내 선전전을 할 경우 회사와 사전 협의를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노동계는 회사가 인사·노무 권한을 갖는 만큼 복수노조 체제의 허점을 악용, 특정 노조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섭대표노조의 성향에 따라 이전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과 비교해 후퇴되는 내용의 단협도 얼마든지 체결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두현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사용자 동의 없이 소수 노조의 신청만으로 개별교섭을 할 수도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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