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전략으로 노조 무력화…"유성기업과 판박이"
외부자문-파업유도-직장폐쇄-복수노조 설립-기존 노조 무력화 순
2017-07-12 07:00:00 2017-07-12 07:00:00
[뉴스토마토 구태우기자] KPX케미칼이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사용한 노무관리 방식은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와 판박이다. 양사는 기존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자문을 얻어 시나리오에 담긴 전략대로 움직였다. 노조 파업을 유도한 뒤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단행했으며, 복수노조를 설립해 기존 노조를 무력화시켰다.
 
 
 
11일 한국노총 KPX케미칼노조 등에 따르면, KPX케미칼은 2014년부터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노조의 반발을 예상, 2015년 ㅇ법무법인과 ㅅ노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노조는 임금체계 개편에 반발해 같은 해 12월부터 93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회사는 노조의 파업에 대비해 물량을 사전에 준비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움직였다.
 
앞서 현대차 부품사 유성기업도 노무법인의 자문을 받고 직장폐쇄, 복수노조 설립 등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 기존 노조 조합원 27명이 해고됐고, 조합원 한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사태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지난 2월 법원은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게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KPX케미칼도 진행과정은 같다. 지난해 3월 노조가 직장폐쇄에 굴복하며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했다. 같은 해 5월11일 복수노조가 설립됐고, 회사는 12월 신규 노조 조합원에게는 310%의 성과금을, 기존 노조에는 190%의 성과급을 차등지급했다. 기존 노조의 조합원 탈퇴를 유도하기 위해 신규 노조에 높은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회사는 "기존 노조가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지 않아 성과급이 차등지급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는 "취업규칙에 동의했지만 기존 노조를 탈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회사는 올해부터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S등급부터 D등급까지 평가해 임금을 차등지급하는 내용이다. 제조업은 성과 측정이 어려워 성과연봉제가 적합하지 않다는 게 노동계의 중론이다. 노조에 따르면 ㅇ법무법인은 회사의 인사·노무제도를 개선, 노조 탄압을 위해 2단계 계획을 작성했다. 1단계는 성과급 체계 변경과 호봉제 폐지 등 임금체계 개편안, 2단계는 단체협약의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내용이다. 노조는 2단계 계획도 실행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에는 김모 노조위원장의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도 축소됐다. 김 위원장은 노조 전임자에서 생산공정으로 복귀했다.
 
KPX케미칼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의 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안모 지청 노사상생지원과 전 과장은 지난 5월 회사측 김모 관리이사를 불러 "(뇌물공여죄) 취하를 노조위원장에게 건의해보고 안되면 내가 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과장은 또 "무조건 강하게만 할 게 아니라 사태의 진행상황을 봐가며 대응해야 한다"고 김 이사에게 당부했다. 이와 함께 복수노조 사업장 점검시 회사에 사전 고지하겠다고 알렸다.
 
노조는 지난 3월 이모 전 지청장, 안 전 과장 등 5명을 뇌물혐의로 고발했다. 30~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두 차례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근로감독관들은 노조의 파업 당시 상황실장 등을 맡아 중재에 나선다. 이 전 지청장은 현재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안 전 과장은 정년퇴직했다. 다른 2명의 근로감독관은 지난해 6월 노동부 통영·부산지청으로 전보 조치됐다. 혐의를 받는 근로감독관들은 상품권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노조위원장은 지청 공무원 등을 경찰에 고발한 이유로 무고죄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김 위원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추진, 해고를 검토 중이다.
 
노사 간 대립은 진행형이다. KPX케미칼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진상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