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마트 불공정거래 논란…납품 제한에 도매상들 울상
2017-07-05 16:18:54 2017-07-05 16:18:54
[뉴스토마토 구태우기자] 하나로마트가 농협공판장에서 거래된 농산물만 납품받으면서 도매상(중도매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농협공판장과 거래하지 않는 도매상은 하나로마트 납품에서 배제돼 불공정거래라는 주장이다. 하나로마트는 농협경제지주 계열사인 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이 운영한다. 유통과 판매를 겸영하는 농협에는 이득이지만, 민간과 농협의 경쟁을 촉진해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는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와 복수의 도매상에 따르면, 2013년부터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농산물을 구매한 도매상이 하나로마트에 납품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농협공판장과 계약을 맺은 도매상들만 하나로마트에 전속 납품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7700여명(2015년 기준)에 달하는 도매상 중 상당수가 하나로마트와 거래가 막혀 있는 실정. 전국의 하나로클럽·마트 점포 수는 2100여개로, 도매상은 안정적인 거래처로 꼽히는 하나로마트에 납품을 희망한다.
 
농협 가락공판장에서 관계자들이 과일을 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5년 도매시장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농산물 거래 중 공영도매시장의 거래는 92.1%에 달한다. 국내에 유통되는 농산물의 대부분이 공영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셈이다. 전국의 공영도매시장은 33곳으로, 도매법인과 농협공판장이 산지로부터 농산물을 공급받아 경매에 부친다. 이들은 법에 따라 7% 미만의 경매 수수료로 수입을 올린다. 도매상은 도매법인 및 공판장과 거래약정서를 체결한 뒤 경매에 참여하며 농산물을 대형마트와 하나로마트 등 전국의 소매지로 납품한다. 
 
농산물 경매는 신용거래로 이뤄지는데, 도매상이 도매법인과 농협공판장 모두와 거래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형 도매상은 신용거래를 위해 담보로 잡을 수 있는 금액이 크지만, 중·소형 도매상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대부분 도매법인 한 곳과 거래를 한다. 도매상이 하나로마트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전화, 대면상담, 계량평가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농협공판장과 거래하지 않는 도매상은 납품 신청 과정에서 비일비재하게 탈락한다. 도매상 김모씨는 "농협공판장의 코드가 없으면 납품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협회는 도매상과 도매법인이 납품 제한에 대한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지난달 21일 농협경제지주에 공문을 보내 항의했다. 협회는 "귀사의 사업장(하나로마트)이 농협공판장의 도매상 위주로 거래를 해 선의의 경쟁체제가 왜곡되고 있다"며 "대다수 도매상의 영업활동을 제약, 농산물의 원활한 판매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나로유통 관계자는 "농협공판장을 통해 거래된 농산물만 납품하게 하는 내용의 지침이나 규정은 없다"며 도매상의 주장을 부인했다.
 
도매상들은 하나로마트가 납품을 제한하는 이유로 일감몰아주기를 꼽는다. 산지, 농협공판장, 농협물류, 하나로마트로 이어지는 유통 과정에서 농협공판장과 농협물류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도매상의 납품을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계열사들은 농협경제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5년 공영도매시장 거래물량 중 도매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2.2%(442만톤), 농협공판장의 비중은 25.8%(183만톤)다. 유통과 판매를 겸영하는 농협의 이점을 이용해 하나로마트 납품을 제한, 농협공판장과 농협물류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협공판장에서 거래된 농산물 가운데 중·대형 하나로마트에 납품되는 물량은 농협물류를 거쳐야 한다. 도매상들은 "하나로마트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농협물류를 이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나로유통 관계자는 "23곳의 대형·중형 하나로마트에 들어가는 농산물은 일괄적으로 농협물류를 거친다"고 시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도매상들 주장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협이 협회의 공문에 답변을 하면 (조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 역시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나로마트와 농협공판장의 변화를 주문했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정부가 공영도매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려고 하는 상황에서 하나로마트가 특정 도매상의 납품을 제한하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태석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는 "농협공판장의 현 체제는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 정해져 있어 사실상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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