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탐정의 자산관리)인기몰이 TDF…노후대비로 충분할까
손실 가능성 배제 못해…"스스로 짜는 재산 3분법 더 바람직"
2017-06-16 08:00:00 2017-06-16 08: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내 일은 남들이 모르는 걸 아는 거야."(셜록 홈즈) 미스터리한 사건을 푸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진 탐정 셜록이 있다면 여의도에는 재무 회계를 읽어주는 ‘맨발의 셜록’이 있습니다. ‘28년 증권맨’ 원강희 KTB투자증권 리스크관리실장(사진)입니다.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탐정 사고방식은 금융투자업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름했다고 합니다. 맨발은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의밉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재무탐정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그는 금융 관련 지식을 통찰력 담긴 ‘글발’로 풀어냅니다. 돈의 흐름을 쥐고 다루는 자본시장에 구구절절한 조언은 달지 않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격주로 여의도 맨발의 셜록을 만나 탐정의 시각으로 자본시장을 들여다 봅니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연일 새로운 노후 대비 상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경쟁도 뜨거운데요. 최근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연이어 선보인 데 이어 한화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도 곧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인별 은퇴시점을 타깃 데이트(목표시기)로 정하고 이에 맞춰 자산을 주식과 채권 등에 자동 배분해 운용하는 TDF는 미국에서 1000조원 이상 판매된 연금상품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출시 1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매일 설정액을 불리고 있습니다. 은퇴 후 직접 포트폴리오를 짜기 어려운 일반 투자자들의 편리한 투자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시장에서 TDF가 유행처럼 번지게 된 까닭과 투자자에 당부해야 할 점, 설명 부탁드립니다.
 
▲타깃데이트펀드는 개인의 미래를 금융기관이 알아서 관리해 준다는 면에서 노후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금융지식이 부족하거나 금융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더라도 스스로 투자상품을 관리할 시간이 없는 분들께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퇴직연금을 스스로 운용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퇴직연금의 많은 부분이 TDF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은퇴자산 관리에 관심이 많고 시간이 있는 분들에게는 TDF를 권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개인의 은퇴 자산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전문가에게만 자산관리를 맡기는 것 보다는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TDF 등 이른바 은퇴 대비 자산운용 펀드들은 전문가들이 은퇴시점에 맞추어 자산을 자동으로 리밸런싱해 자산 변동의 위험을 줄여준다고 합니다. 이를 풀어 말하면 가입자가 젊었을 때는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해 주고 나이가 들어 은퇴가 가까웠을 때는 안정적인 채권에 더 많이 투자해 주는 방식을 취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디어가 참신하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잘 작동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 이유 중 첫번째는 주식보다 채권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늘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가가 발행하는 국고채 같은 채권은 부도가 날 염려가 없다는 점에서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비하지 못하는 위험이 있으며, 이자율의 변동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회사채에 투자한다면 부도가 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TDF 운용의 핵심은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라고 합니다. 항공용어인 글라이드 패스는 항공기 착륙시 내려오는 속도와 경로를 뜻합니다. TDF가 고객의 나이와 물가, 금리, 임금수준에 따라 자산구성과 투자 비중을 달리해준다는 점과 맥이 닿습니다. 
 
▲얼핏 좋은 아이디어 같지만 자산 관리의 중요한 포인트는 아닙니다. 자산관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어떻게 하면 자산을 안정적으로 키우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자산구성을 달리해야 할 때는 투자 대상 자산이 저평가 되거나 고평가 됐을 때지, 고객의 나이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일 고객이 은퇴할 시점이 되었는데 채권이 매우 고평가된 상태라면 혹은 인플레이션이 심해진다면 재산을 전부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입니다. 세번째 전문가들이 알아서 해주면 더 잘 할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여태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이 일반투자자들 보다 혹은 시장보다 더 좋은 성과를 올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설혹 전문가들이 일반투자자들보다 운용을 잘 하고 미래에 대한 대비를 잘 한다 해도, 그 전문가들이 개개인의 사정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퇴직연금펀드가 그 고객의 자산의 전부가 아닌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고객의 수익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만을 고민하게 하고 위험관리는 고객 스스로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어렵게 모은 노후자산을 지키면서 마음 편히 투자할 수 있는 대안은 어떤 게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차라리 과거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온 재산 3분법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재산 3분법이란 재산을 항상 주식, 부동산, 채권에 3:3:3으로 배분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를 응용한다면 이들 세가지 자산에 늘 일정 비율을 분배하되 부동산이 폭락했을 때는 부동산의 비중을 늘리고, 주식이 폭락했을 때는 주식의 비중을, 채권이 폭락했을 때는 채권의 비중을 좀 더 늘리는 방향으로 분배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주식이 폭락했을 때는 주식, 부동산, 채권의 비중을 4:3:3 정도로 조정을 하는 것이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은 오래된 투자 격언이 있습니다. 가능한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해 위험을 줄이자는 얘기죠. 투자자의 나이와 소득, 소득의 안정성은 위험허용한도를 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인일 것입니다. 분산과 최적화, 쉬운 설명이 듣고 싶습니다.
 
▲분산과 최적화는 상충되는 목표입니다. 투자 자산을 분산하면 변동성은 적어지겠지만 최상의 수익률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평균적인 수익률을 얻는데 만족해야 할 것입니다. 때로는 분산이 확률적으로 낮은 기대 수익을 확정하는 기능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권에 당첨될 확률을 높인다고 복권을 만원어치 사던 사람이 100만원어치를 산다고 하면 확률적으로는 100만원 이하의 당첨 결과를 갖게 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복권 한장의 이론적 기대값이 항상 지불한 금액보다 작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분산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고평가된 주식으로만 분산을 한다면 돈을 잃을 가능성이 더욱 확실해 진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워런버핏은 분산을 무지에 대한 방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투자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분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석 능력이 있다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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