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김이수 소수의견, 문제 안 된다"
"다양성 확보 면에서 오히려 바람직…야당공세 '어불성설'"
2017-06-09 06:00:00 2017-06-09 10:34:54
[뉴스토마토 최기철·홍연 기자]김이수 후보자의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두고 인사청문회가 이틀째 진통을 겪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김 후보자의 소수의견과 진보적 성향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고 있지만, 정작 법조계에서는 오히려 다양성 면에서 바람직한 인물이라는 의견이 많다. 여기에 김 후보자의 소수의견이 여당의 입장과 일치한다는 야당의 공세는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다.
 
김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돼 관여한 사건은 총 213건이다. 그중 169건이 다수의견, 34건(15.9%)이 소수의견이다. 야당이 김 후보자의 헌재소장 적격성을 다투며 제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건은 통합진보당해산심판 사건, 교원노조법 3조 위헌법률심판 사건, 국가보안법 7조1항 위헌심판 사건 등이다.
 
김 후보자는 2014년 통진당 해산 심판에서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결정문에서 "정당해산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돼야 하며, 통합진보당의 강령이나 활동들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아 해산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해 8월 교원의 노동조합은 일체의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교원노조법 제3조에 대해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는 이정미 전 재판관과 함께 위헌 의견을 냈다. 2015년 4월엔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에 대한 위헌심판에서'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규정 중 ‘동조’부분에 대해서도 위헌 의견을 냈다. 김 후보자는 "동조 행위는 훨씬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행위라 이를 처벌하면 외부적 위험성이 아니라 주장과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아 처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 소장은 보수적인 사람만 해야 하나"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장)는 8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야당의 주장에 대해 “헌재소장은 보수적인 사람만 되어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헌재소장은 헌법상 재판관 중에 임명한다. 소장도 재판에 있어서는 재판관 1명에 불과하다. 재판에 있어서 헌법재판관이 진보적 성향을 가질 수도 있고 보수적 성향을 가질 수 있듯이 소장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오히려 우리 헌법재판소에서 문제되는 것은 재판관들이 너무 보수 일변도라는 것”이라며 “전체 재판관들의 성향을 봐야 한다. 헌재소장 될 사람에게 정치권이 보수 또는 중도, 진보여야 한다는 것을 요구할 근거는 없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이어 “오히려 김 후보자의 판결 성향을 분석해보면 전적으로 진보성향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정치사건에 대해서는 진보적일지 몰라도 경제분야에서는 개인재산을 두텁게 보호하는 등 보수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현 회장도 “헌재 재판관 구성은 다양한 스펙트럼이 형성돼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적절히 어울려야 건강한 헌법재판, 건강한 사회형성이 가능하다”며 “특히 헌법재판소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문제,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대이슈를 논의하고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논의하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는 재판관들이 모여 있어야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김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있으면서 관여한 총 213건을 모두 찬찬히 검토한 적이 있다”며 “그 중 15% 정도만 소수의견을 냈고 대다수 결정에서 다수의견에 찬성했다. 물론 다른 재판관들보다 소수의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의 소신이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큰 문제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김 후보자가 진보적 성향을 가진 데에는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과 3학년 시절에 민청학련 사건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문초를 당하고 64일간 구금됐다가 석방됐다. 이런 남다른 경험이 김 후보자의 인생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이 김 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그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어쩌면 평탄한 길을 걸어온 엘리트 법관들은 경험하지 못했던 독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무난한 헌재 재판관들 속에서 이런 분도 있어야 다양한 헌법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여당과 다른 결정도 많이 내려"
 
김 후보자의 결정이 추천자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론과 유사하다는 야권의 지적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반대했다. 그는 “김 후보자의 개혁적인 성향이 민주당의 정책방향과 부합해서 비슷할 수 있을 뿐이지 특정 당에 맞췄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해석된다”며 “민주사회에서 다양성은 핵심가치이다. 어떤 정당과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이 해서 후보자 적격이 판단에 부정적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도 김 회장과 비슷하게 해석하면서 “오히려 김 후보자는 많은 사건에서 민주당 의견과 다른 결정을 내린 예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헌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재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재판의 중요기능 중 하나가 다원성, 소수 존중이고 결정문에 소수의견을 표시할 수 있게 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라며 “법리에 충실하면서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는 다양성, 다원성이 헌법재판에서 더더욱 강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소장도 구체적 사건재판 자체에서는 재판관 9명 중 한 명”이라며 “김 후보자의 재판관 자질 검증은 재판관 후보 검증 때 국회가 이미 긍정했다”고 지적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제가 된 국가보안법 결정을 예로 들어 “국가보안법을 합헌으로 결정했더라도 그 법률이 헌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다수의견이 합헌으로 결정했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만 그 해결을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국회에서 수행하는 것이 옳다는 의미”라며 “소수의견에서 위헌을 주장하는 것은 국회가 그런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헌재가 이러한 법률에 대해 위헌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다수의견과 그리 다른 관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헌법과 상식에 따른 판단 했을 뿐"
 
송 교수는 통진당해산심판 결정에 대해서도 “정당해산심판에 관한 결정의 다수의견은 사실관계나 법리의 전개에서 문제가 매우 많은 결정이다. 특히 일반적인 법리와 구체적인 판단이 따로 기술되어 두 부분을 합한 인상을 준다”며 “그 만큼 특정한 결론에 경도되어 논리적 서술이 결여된 결정이라는 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당에 관한 사실관계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 이런 결정문에서 그나마 김 후보자의 의견이 있어 헌재의 체면을 살려준 것이고 소수의견이야말로 쓰레기 더미 속에 핀 장미꽃과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후보자는 결코 진보적인 사람이 아니다. 다만 헌법의 법리와 상식 그리고 합리성에 따른 판단을 했을 뿐이다. 가장 상식적인 재판관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자유한국당이 김 후보자의 헌재소장 부적격 사유로 지목한 그의 소수의견들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사법기관인 점에서 재판관마다 다양한 생각들이 표출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특히 김 후보자의 소수의견은 표현의 자유와 단결권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위대한 반대자'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전주혜 변호사도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소수의견이 언젠가는 다수의견이 될 수 있다”며 “김 후보자는 합리적 사고를 가진 분이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에서 만장일치보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함으로써 헌재의 사고의 다양성을 보여주셨고 그 용기는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도 “다수제 입법권과는 다르게 사법권은 소수자 보호를 본질로 한다”며 “(김 후보자가 낸 소수의견은) 시민의 기본적 인권보장에 적합한 소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직분 감당할 만한가는 이미 검증 거쳐"
 
헌법연구관 출신인 정주백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소장은 재판관인 것을 전제로 하도록 되어 있다. 재판관으로서의 직분을 감당할 만한가 하는 것은 재판관으로 선출 되는 과정에서 이미 검증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소장으로서의 직무를 행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이번 청문회의 쟁점으로 되었어야 했다”며 “어떤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 왜 그런 결정을 하였느냐 라고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미 대상자의 생각은 드러나 있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재판소장으로 임명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가 질문의 대상으로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민변 사법위원장을 역임한 이재화 변호사는 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김 후보자는 현 재판관 중 시대의 변화에 귀기울이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재판관 중 한 사람”이라며 “야당의 김 후보자에 대한 공세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를 반영해 헌법해석을 해야하는 헌법재판관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 저급한 태도”라고 혹평했다. 이어 “김 후보자가 정당해산심판, 국가보안법 사건, 전교조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내지 않았다면 과연 헌법재판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았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홍연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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