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열풍 민간으로 확산…불법파견 노동자들도 청와대행
2017-06-06 16:17:48 2017-06-06 16:17:48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흐름이 민간부문으로 확산되면서 사내하청 인력을 대규모로 사용하고 있는 완성차·철강 등 제조업종 대기업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법원에서 불법파견 선고를 받은 기업들은 사내하청을 직접고용해야 하지만 급증할 임금 부담에 차일피일 미루는 실정이다. 늘어날 부담에 직접고용을 하기도 어렵고, 새 정부 눈치로 법원 판결을 무작정 미루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졌다.  
 
6일 민주노총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 노조는 7일부터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원청과 정부를 상대로 농성에 돌입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조업종의 불법파견 근절을 대선 공약으로 밝힌 만큼 정부 차원의 개입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제조업 주요 노동 현안인 불법파견은 2004년부터 13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4년 고용노동부는 현대차 울산·아산·전주공장 9234개 공정 127개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파견법은 제조업을 비롯해 32개 업종에서 근로자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원청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사내하청 인력을 사용한다. 원청은 고용관계를 피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내하청업체(협력업체)에 특정 업무를 도급으로 준다. 
 
노동자들은 사내하청업체에 고용되지만, 업무는 원청이 직접 지시한다. 사내하청업체가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거나 원청이 사내하청을 지휘·명령하는 경우 불법파견으로 인정된다. 법원과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으로 인정할 경우 원청은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 원청은 파견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불법파견으로 인한 제조업의 노사갈등은 2004년 현대차를 시작으로 기아차·한국GM 등 완성차업계 전반으로 번졌고, 현재 철강·중공·조선업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국산 완성차업체 5사의 전체 노동자 대비 소속 외 근로자(사내하청 등) 비중은 13.4%로 현대차 1만2000명, 기아차 4710명, 한국GM 2900명 등이다. 현대차와 한국GM 사내하청은 대법원에서, 기아차는 항소심에서도 불법파견으로 인정됐다. 사내하청의 규모가 정규직보다 10배가량 많은 현대제철에 대해서도 순천지방법원은 지난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새 정부 들어 협력업체 정규직까지 직접고용하는 추세지만 이들은 사내하청의 직접고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계획대로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을 한 게 전부다. 현대·기아차는 법원 판결에 따라 사내하청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열풍과 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부담에도 정규직 전환을 미루는 건 비용 때문이란 게 노동계의 중론이다.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교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60%가량의 임금을 받는다. 정규직이 하는 동종 유사업무를 하지만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준도 원청보다 낮다. 업계는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인건비가 폭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도 부담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1분기 완성차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378대 줄었다. 
 
노동계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투쟁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7일 청와대 인근 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노숙농성에 돌입한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도 회사는 선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불법파견을 해결할 수 있게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사내하청 인력 사용에 대한 기업의 부담도 이전보다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23일 고용부 경기지청은 기아차 불법파견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1일 100일 계획과 함께 비정규직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불법파견 근절에 칼을 빼들 경우 사내하청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제조업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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