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탐정의 자산관리)닻 올린 초대형 IB…'발행어음' 날개 달까
"은행 경쟁 우위는 결국 실력…수익·안전 담보돼야"
입력 : 2017-05-19 08:00:00 수정 : 2017-05-19 08: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내 일은 남들이 모르는 걸 아는 거야."(셜록 홈즈)
미스터리한 사건을 푸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진 탐정 셜록이 있다면 여의도에는 재무 회계를 읽어주는 ‘맨발의 셜록’이 있습니다. ‘28년 증권맨’ 원강희 KTB투자증권 리스크관리실장(사진)입니다.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탐정 사고방식은 금융투자업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름했다고 합니다. 맨발은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의밉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재무탐정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그는 금융 관련 지식을 통찰력 담긴 ‘글발’로 풀어냅니다. 돈의 흐름을 쥐고 다루는 자본시장에 구구절절한 조언은 달지 않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격주로 여의도 맨발의 셜록을 만나 탐정의 시각으로 자본시장을 들여다 봅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관련 법률과 규제 정비가 완료되면서 이르면 3분기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단기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큰 골자는 자본력이 큰 대형증권사가 발행어음을 통해 1년 이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새 수단을 확보했다는 점인데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자금조달을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금융업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고 시장에 어떤 변화를 줄지 궁금합니다.
 
단기금융업무란 만기가 1년이내인 어음의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보증업무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이 아니면 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기관들은 자금 조달에 많은 제약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데요. 정부는 증권회사나 여신전문회사 등 제 2 금융권에 대해서는 자금 조달의 방법을 법으로 정해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은 자유롭게 고객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이를 활용하여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반면 증권회사는 고객의 예탁금을 증권회사의 고유자금과 철저히 분리하여 보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예탁금을 증권회사가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겁니다.
 
따라서 증권회사는 예금 대신 전단채를 발행하거나 고객에게 돈을 받아 채권을 대신 운용해주는 RP 발행 혹은 주식파생상품인 ELS 등을 발행하여 자금 조달의 부족분을 메워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증권회사의 자금조달원은 은행보다 많은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자기자본이 4조가 넘는 증권회사에 대하여 정부가 자기자본의 2배에 이르기까지 발행어음을 통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주고 레버리지 비율 규제에서도 빼주겠다는 것입니다. 레버리지 비율 규제에서 빠지면 그 만큼 증권회사는 환매조건부채권 판매나 ELS, DLS의 판매를 줄이지 않고도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으므로 조달 가능한 자금의 양이 그 만큼 순증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그간 ELS나 RP 등이 성공적인 상품으로 자리잡았지만 그만큼 경쟁이 격화해 때로는 ELS 발행으로 손실을 입기도 하고, 환매조건부채권은 금리 상승에 따라 금리 손실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발행어음은 증권회사에게는 매우 편리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자금조달 수단이어서 앞으로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발행어음이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면에서 기존 전단채나 기업어음(CP)과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이후 시중은행권이 연 2%대 특판 예적금 판매를 개시한 상황으로 추가 금리 메리트가 없다면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중장기 사업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갖기 위한 초대형 IB의 과제는 무엇일지요.
 
▲과거 종합금융회사 이른바 종금사와 거래해 본 적이 있는 분들은 과거 종금사가 발행하던 발행어음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되었지만 초대형 투자은행 즉 자기자본 4조 이상의 증권사가 발행하는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예금자 보호가 되는 은행과 경쟁을 해야하는 증권회사에서 발행하는 발행어음의 금리는 은행보다는 다소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행어음이 증권회사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이유는 고객들의 대형 증권사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점으로 인해서 금리가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과 발행어음의 발행을 내부 자금 수요에 맞추어 수시로 발행할 수 있으므로 증권회사는 조달 금리 보다 높은 금리로 운용이 가능할 때만 어음을 발행할 것입니다. 결국 증권회사의 사업경쟁력은 실력에 달렸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안전한 거래를 발굴하는 것이 관건이죠.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UBS, 도이치뱅크, 노무라와 같은 글로벌 주요 대형 IB들이 과거 고위험 고수익 사업에서 금융위기 후 규제강화 등 금융환경 변화에 맞는 사업재편 과정을 거치면서 5~10% 수준의 중수익을 내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업체별로 다양한 방식, 차별화된 수익구조를 꾀하면서 안정적 성과를 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증권사의 경우 여전히 수탁수수료 위주의 수익을 내는 등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어떤 정책 지원이 필요할지, 업계 스스로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지 제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금융은 혼자 발전할 수 없습니다. 금융은 흔히 산업의 윤활유라고 비유되고 있습니다. 금융의 발전은 다른 산업의 발전과 함께 간다는 뜻입니다. 구멍가게만 있는 나라에서 초대형 IB가 생겨날 수 없습니다.
 
또한 금융은 규제기관과의 원활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발전합니다. 저는 규제가 없어야 금융이 발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금융기관은 국민들의 돈을 맡아서 운용하고 있으므로 엄격한 규제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다만, 산업과 금융발전에 맞추어 규제가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발전하여야 합니다. 금융기관과 규제기관이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금융기관이 제대로 된 산업발전의 윤활유가 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규제의 틀을 계획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선진 금융을 파생금융상품 등 여러 가지 금융 기법에서 찾고는 하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선진 금융 기법이라는 것이 사실은 금융과잉에서 나온 서구 대형 투자은행들의 도박의 수단에 불과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윤활유의 양이 휘발유의 양에 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금융기관의 진정한 경쟁력은 사회의 자본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도록 산업의 위험과 기대 수익을 제대로 평가하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평가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이 뉴스는 2017년 05월 16일 ( 17:44:22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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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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