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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 회장 경영복귀…36조 M&A 베팅 시동
'월드베스트CJ' 비전 공개…"2030년 세 개 이상 사업서 세계 1위"
물류·바이오·문화콘텐츠에 집중 투자…계열사별 M&A 본격 착수
2017-05-17 15:44:04 2017-05-17 16:36:41
[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이 4년만에 경영에 복귀하면서 그동안 멈췄던 인수합병(M&A) 엔진에 재시동을 건다. 2030년 '월드베스트CJ'를 목표로 36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이 회장은 17일 수원 광교신도시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2017년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여해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며 경영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2013년 7월 비자금 조성 및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 4년여만이다. 지난해 특별사면 이후 건강회복에 집중해온 이재현 회장은 이날 여전히 휠체어와 부축에 의지하긴 했지만 두 발로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할 정도로 건강이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오른쪽 네번째)이 17일 오전 경기 수원 CJ블로썸파크에서 열린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념식수를 마친 뒤 임직원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회장은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며 "이를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까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2030년 '월드베스트 CJ'를 새 비전으로 제시하며 공격 경영을 예고했다. 기존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겠다는 '그레이트 CJ'를 넘어서는 목표로 2030년까지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된다는 계획이다.
 
CJ그룹은 사업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 5조원을 비롯해 2020년까지 총 3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회장 구속 기간 CJ그룹의 투자금액이 연간 1조~2조원 수준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행보다. 이같은 대규모 투자의 핵심 축은 M&A가 될 전망이다. 그 동안 CJ그룹은 제일제당과 대한통운 등의 인수를 통해 도약하며 식품회사에서 종합 문화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기존 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CJ의 컨텐츠, 생활문화서비스, 물류, 식품, 바이오 사업군은 국가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며 물류와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CJ 계열사들은 벌써부터 M&A에 시동을 걸고 있다. CJ(001040)대한통은은 지난달 아랍에미레이트(UAE) 물류업체 이브라콤의 지분 51%와 인도 종합 물류기업 다슬의 지분 50%를 총 1300억원에 인수한다고 알렸다. 작년 12월에는 필리핀 현지기업인 TD그룹과 함께 현지 종합물류 합작법인 'CJ트랜스내셔널 필리핀'을 설립했다. CJ제일제당(097950)은 3월 베트남 가공업체를 인수했다.
 
이 회장은 4년여간 경영 현장을 비우며 그룹을 챙기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는 임직원들에게 고마움과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2010년 제2도약 선언 이후 획기적으로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그룹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글로벌사업도 부진했다"며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온리원 컨퍼런스'는 지난 1년간 높은 성과를 거둔 임직원을 시상하는 그룹 차원의 행사로 구속 기간을 제외하고 2005년부터 매년 이재현 회장이 주관해 오던 행사다. 올해에는 CJ블로썸파크 개관식과 겸해 열렸다.
 
CJ블로썸파크는 식품과 소재, 바이오, 생물자원 등 CJ제일제당 각 사업부문의 연구개발 역량을 한 데 모은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식품·바이오 융복합 연구소다. CJ제일제당은 기존 서울, 인천 등에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R&D) 조직을 이곳으로 통합해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CJ제일제당의 미래 발전은 기술력에 달려있고 그 원천은 R&D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며 "세계적 온리원(단독) 기술을 다수 확보한 최고 연구소가 됨으로써 한국을 바이오 및 식품 분야의 기술강국으로 이끄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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