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책읽어주는기자)세계 경제 뒤흔드는 0.001%의 ‘금융 거물들’
돈·정보·인맥으로 새로운 기회와 부 창출…‘지속 가능’ 위해선 외부적 감시 필요
‘슈퍼허브’ 산드라 나비디 지음|김태훈 옮김|예문아카이브 펴냄
2017-04-27 08:00:00 2017-04-27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세계 경제는 유명 경제학자나 고급 관료들로 구성된 합리적 금융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환율, 국제유가, 금값, 국가신용도, 채권, 주식 등 경제의 흐름을 직접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산드라 나비디 글로벌비욘드 최고경영자(CEO)는 국제 금융계의 조종간을 당기는 0.001%의 거물들, ‘슈퍼허브’에 주목한다. 이들은 돈과 정보, 인맥을 바탕으로 자기들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배타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 결정은 전 세계에 흩뿌려지고 국가뿐 아니라 산업, 가계 등 일반인들의 삶을 뿌리째 흔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이 어떻게 인맥을 구축하고 어떻게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소개된 적은 없다.
 
나비디의 신간 ‘슈퍼허브’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유리천장’을 뚫고 월가에 입성한 저자가 필사적으로 인맥을 구축하면서 슈퍼허브의 내부자가 된 경험을 상세히 소개한다. 동시에 금융계를 뒤흔드는 인물들을 외부자의 시각에서 관찰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책의 서두에서 사례로 드는 것은 그의 참석 경험이 녹아 있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다. 매년 1월 스위스 알프스 시골의 작은 스키 리조트에서 열리는 이 행사엔 각 국가의 수반부터 억만장자 투자자,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CEO), 각계 학자 등 2500여명의 글로벌 리더들이 자리한다. 참석을 위해 수만달러를 지불하면서도 이들이 여기에 모이는 중요한 목적이 있다. 바로 강력한 인맥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 적어도 그 공간에서의 그 시간만큼은 전 세계 엘리트들에겐 ‘소우주’가 된다.
 
가령 다보스에는 슈퍼허브들이 의례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있다. 카르히너 미술관에서 열리는 환영 연회다. 입구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를 포함한 경영진이 나란히 서서 손님을 맞는다. 에후드 바락 전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부터 올라푸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 올레그 데리파스카 러시아 재벌 등 온갖 국적을 가진 100여명의 억만장자들이 서로 사진을 찍고 활기찬 대화를 나누며 동류의식을 나누는 시간이 탄생한다.
 
다보스를 벗어나더라도 슈퍼허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한다. 헤지펀드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열린사회재단’을 통한 자선사업, 국제투명성기구 설립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며 전략적으로 명성을 얻는데 성공했다. 소로스와 반대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면서 네트워크를 키웠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 각 국가의 위기 관리 첨단시스템을 만들어 블랙록을 세계의 고급 정보가 오가는 ‘허브’로 자리매김시켰다.
 
이외에도 호전적이고 공격적 스타일로 권력을 물고 놓지 않으려는 제이미 다이먼, 내성적 성격에 사교활동에 미숙했지만 학문적 업적을 바탕으로 좋은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들을 활용한 벤 버냉키, 경영자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섬겨야 한다는 새 사상을 창안하며 슈퍼스타로 떠오른 클라우스 슈밥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슈퍼허브들의 사례가 열거 된다.
 
이들의 깊은 ‘접촉’은 그들이 가진 힘과 더해져 새로운 부와 기회의 창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돈과 정보를 거머쥔 우월한 위치에서 자원, 플랫폼 등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유례없는 기회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실제로 미국 헤지펀드인 스카이브리지캐피털 창립자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다보스 행사가 열리던 호텔 복도에서 씨티그룹 CEO인 비크람 판디트를 만나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었다”며 “2년 후 그들은 빌 클린턴, 니콜라 사르코지를 연사로 세우는 세계 최대의 콘퍼런스를 성공시킨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슈퍼허브들의 영향력은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도리어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되기도 한다. 그들이 쥐락펴락하는 금융 시스템은 우리 사회의 기반적 요소와 맞닿아 있어 결국 삶의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나 유로존 위기는 배타적 극소공동체가 낳은 부작용의 명백한 증거였다.
 
따라서 저자는 말미에 그들의 부와 권력 편중에 일정 정도의 압력이 가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지는 내부자 사회에 외부자를 투입시켜 적절한 비판과 조언을 섞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각국의 정치인들을 투입시킬 때 견제의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본다.
 
“정치인들은 슈퍼허브들에게 압력을 가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은 불평등을 초래하는 시장의 힘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모두 개별적인 행동과 그에 따른 인과적 피드백 고리로 체제를 이끄는 교점들이 된다.”
 
금융계 널리 퍼진 백인 우월주의와 여성 차별 관행도 거침없이 일갈한다. 그는 “슈퍼 허브도 결국은 사람이 관여하는 시스템이기에 독점적 구조에 따른 문제가 있다”며 “공동의 노력을 통해 이를 감시할 때 다양하고 평등하며 지속적 가능한 체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슈퍼허브’ 산드라 나비디 지음|김태훈 옮김|예문아카이브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