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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플랜 향하는 대우조선, 은행권 1분기 실적 먹구름
1조~2조원대 추가 충당금 적립 불가피…"일부 은행 적자 감수해야"
2017-04-12 15:31:33 2017-04-12 15:55:23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국내 은행권이 올해 1분기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변수 때문에 순익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채무재조정 협상 난항으로 대우조선이 사실상의 법정관리인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P플랜에 들어갈 경우 시중은행은 최소 1조에서 최대 2조원대의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은 오는 19일 우리은행(000030)을 시작으로 20일 신한지주(055550)KB금융(105560), 21일 하나금융지주(086790) 등이 일제히 1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올 1분기 4대 은행권의 순익은 총 2조1600억원 가량으로, 작년 같은 기간(2조2380억원)보다 3.5%가량 줄었다. 하지만 작년 법인세 환급 등 일회성 수익 요인이 있었던 점과 올 1분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액이 줄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대우조선 변수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지원에 난색을 보이면서 사실상 P플랜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 채무조정이 원만하게 합의된다면 시중은행들의 추가 충당금 적립액은 대략 4411억원 수준이지만, 사채권자 집회에서 원만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P플랜으로 갈 경우 손실 규모는 더 커진다.
 
현재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위험노출액은 2조원 가량으로 KEB하나은행 6930억원, 국민은행 5199억원, 신한은행 2985억원, 우리은행 2289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통상 은행들은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에 따라 '정상'(여신 대비 충당금 비율 0.85% 이상), '요주의'(7% 이상), '고정'(20% 이상), '회수 의문'(50% 이상), '추정 손실'(100%)의 5단계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는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작년 대우조선의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하고 충당금 3000억원을 적립한 바 있다.
 
만약 은행들이 대우조선의 충당금을 법정관리에 준하는 100% 수준으로 쌓는다면 지금보다 2조4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1분기에 대우조선 추가 충당금을 몰아서 적립할 경우 전체 순익은 물론 일부 금융사에서는 적자가 예상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는 17~18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대우조선 처리 방안이 가닥이 잡히는대로 올 1분기 실적에 대우조선 손실을 미리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추가 적립금을 2분기에 반영하더라도 올 상반기 실적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P플랜시 단기 손실이 늘어나긴 하지만 대우조선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우조선 회생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3년간 부실 채권을 계속 가져가는 것보다 실적 전망이 좋은 올해 최대한 충당금을 쌓고 털고 가는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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