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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 만년유망주)②탄소섬유, 일본은 훨훨 국내는 깜깜
도레이 탄소섬유 매출 2조 육박…효성·태광 등 수년째 '기다림'만
2017-04-11 18:19:19 2017-04-11 18:34:59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787-9'는 기체의 약 절반이 '탄소섬유'로 이뤄졌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강철보다 70%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10배 이상 높아, 연료 효율을 20%가량 개선시킬 수 있는 차세대 소재다. 항공기를 비롯해 건축·스포츠용품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지난 2월 대한항공이 도입한 '787-9'에는 일본 도레이의 탄소섬유가 적용됐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 1위인 도레이는 2014년 11월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와 10년간 탄소섬유를 독점 공급하는 10조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독보적 입지를 과시했다.
 
탄소섬유 산업의 성장은 도레이의 실적으로 증명된다. 도레이의 탄소섬유 복합재료 부문은 지난 2012년 3월 기준 매출 699억엔(약 7245억원)에서 2016년 3월 1862억엔(약 1조9297억원)으로 5년 사이 약 166%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이 부문의 영업이익은 77억엔(약 798억원)에서 361억엔(3742억원)으로 무려 369% 급증했다. 도레이는 특히 항공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부문을 전체 영업이익의 23%로 끌어올렸다.
 
도레이의 활약으로 일본에서 탄소섬유는 더 이상 '꿈의 소재'가 아니다. 도레이는 2015년 기준 세계 탄소섬유 물량 5만9000톤 가운데 40%를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레이를 비롯해 도호-테낙스, 미츠비시레이온 등 일본 3개사 생산량은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국내 탄소섬유 기업들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양산한 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굵직한 수주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태광산업(003240)은 지난 2012년 울산에 연산 1500만톤 규모의 공장을 국내 처음으로 세웠고, 효성(004800)도 2013년 전주에 2000톤 규모 공장을 설립, '탄섬' 브랜드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기술장벽과 견고한 협력 체계로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진입은 어렵기만 하다. 효성의 경우 한 해 수백억원의 매출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실적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년전 공개했던 증설 계획도 여전히 '검토 중'이다. 코오롱플라스틱도 2014년 탄소섬유 복합소재 '컴포지트' 양산 설비를 구축했지만, 아직 고객사 확보 단계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에서 수주가 터지길 기다리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이 킬로그람(kg)당 17달러로 비싼 편"이라며 "10달러 초반 수준으로 떨어져야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005380)의 경우 탄소섬유를 확대하면 현대제철 실적이 떨어지는 딜레마도 있어 소극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탄소섬유는 아직까지 일부 고급차에만 사용되고 있다. BMW는 2013년 탄소섬유가 적용된 전기차(EV) i3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i8을 출시했으나 가격경쟁력이 낮아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도레이 역시 기술 개발부터 2011년 보잉에 본격 납품하기까지 50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상업화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자 연구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에서도 원가절감과 기술력 향상을 통해 스스로 수요를 창출, 결국 '효자사업'으로 키워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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