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급한 불은 껐지만…생존 여부, 관건은 '업황'
장기침체의 조선업, 업황 반전 담보 못해…방만경영에 나태함까지, 해외 신인도도 추락
입력 : 2017-03-23 16:30:00 수정 : 2017-03-23 16:35:01
[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042660)에 추가자금 지원이 결정됐다. 시중 은행을 비롯한 채권자들의 채무 재조정이 조건으로 붙었지만, 시장에서는 당국의 결정으로 추가 지원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로 대우조선은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업황이다. 수주가 뒷받침돼야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십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고도 회생에 실패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조선업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반복될 수 있다. 향후 수주 실적이 대우조선 경영정상화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채무조정 합의 및 자구노력 추진 등을 전제로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의 추가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대우조선은 회사채와 기업어음, 채권 등 약 3조8000억원의 채무조정과 함께 현재 추진 중인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 채무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의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가 추진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르면 24일 이사회를 소집해 사채권자집회 승인과 날짜를 확정할 계획"이라며 "사채권자집회는 내달 17일나 18일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시장에서는 대우조선이 눈앞에 닥친 유동성 위기는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말 기준 21조6000억원에 달하는 금융 채무를 지고 있다. 은행권의 선수금환급보증(RG)이 11조4000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특히 내년까지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 총 1조55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채무는 출자전환과 만기연장을 통해 대폭 줄어들게 된다. 한숨 돌리고,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첫 관문은 내달 열릴 사채권자집회다. 대우조선은 사채권자집회일이 확정되면 당장 이번 주말부터 기관 및 개인 채권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기관보다는 개인 채권자 설득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내년 만기 회사채 중 개인채권자 비중은 20% 수준이지만 단체 소송을 진행할 경우 판결이 길어져 신규 자금 지원이 지연될 수 있다. 대우조선은 전담 채무조정팀을 꾸리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선다.
 
채무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추가 지원자금을 통해 일단 올해는 무난하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외에 운영비로 월 평균 8000~9000억원이 필요하지만, 선박 대금과 금융권 지원이면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인도될 선박 55척 중 10척은 이미 인도됐고 40여척이 남아있는 상태"라며 "일정대로 인도가 이뤄진다면 올해 총 10조원에 달하는 대금이 들어오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존에 대한 근본적인 확신은 신규 수주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이는 대우조선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저유가 문제를 풀어야 하며, 세계 경기가 되살아나야 한다. 수주 욕심에 중국과의 경쟁에 치중할 경우 조선업 전체를 나락으로 빠트린 저가수주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 결국 업황이 반전되지 않는 한, 경쟁력 확보는 물론 장기적 독자생존에 대한 불안을 지울 수 없다.
  
여전히 글로벌 선박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친환경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오는 2020년부터 선박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선박 건조 기간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규제에 적합한 선박을 발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LNG선에 강점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도 하반기 신규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050만CGT로, 최근 5년 평균 발주량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지만, 수주 가뭄을 겪었던 지난해에 비해서는 두 배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도 연이어 출장길에 오르며 수주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 사장은 이달 글로벌 선주들이 몰려있는 영국과 유럽 지역을 다녀왔으며, 내달 초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가스박람회 '가스텍 2017'에 참석해 현장영업에 뛰어든다. 
 
그럼에도 비관적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정부가 그간 대우조선에 쏟아 부은 금액만 총 15조원에 이른다. 2015년 4조2000억원을 지원할 당시에도 지원 근거는 긍정적인 수주 전망이었다. 하지만 그해 실제 수주는 전망치의 10%에 불과한 15억4000달러에 그쳤다. 정부 지원 없이 버틸 수 없다는 실체가 드러나면서 해외 신인도도 급격히 하락했다. 이는 수주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정부 지원이 방만하게 이어지면서 대규모 회계분식을 저지르는 등 나태함도 대우조선의 경쟁력을 깎아내렸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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