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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대우조선 추가 지원', 정치권 설득 난항
정무위 의원들 "금융위 예측 다 틀렸다"…"중장기 계획은 차기 정부서 논의해야"
2017-03-21 15:13:50 2017-03-21 15:13:5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오는 23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 여부 등 대책을 발표하는 가운데 또다시 수조원 규모의 국민 혈세 투입하는 것에 대해 정치권의 반대가 거세다. 대우조선 부실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 등이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더이상 안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 지원방안 결정을 차기 정부에 넘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오는 5월 대통령 선거 이후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대우조선 처리방안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대우조선 부실에 대해 몇 개월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금융당국의 전망과 방안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 의원은 국회 주도로 대우조선의 청산가치와 존속가치에 대한 평가작업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최운열 의원은 "정부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 당기순손실이 2조7000억원, 부채비율이 연결기준 2732%나 된다"며 "2015년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할 때 2016년 순익을 514억원으로 예측했고, 지난해 보고 때도 2016년에 부채비율 900%로 개선된다고 했는데 예측이 다 틀렸다"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국회 주도로 회계법인을 선정해 대우조선의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를 평가하자"고 제안했으며, 그 결과를 정부안과 비교해보자는 얘기다. 이에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은 "국민 혈세로 대우조선에 적게는 5조원 많게는 9조원에 달하는 지원 계획을 갖고 앞으로 몇 년간 (추가자금을) 넣겠다는 것인데 지금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회,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지원 없이 파산한 한진해운과 비교해, 정부 주도 구조조정이 원칙을 잃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정부가 한진해운의 1400억원 지원 요구는 거부하고,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다는 식이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률이 29%로 국내 조선 3사 중 제일 미흡하다"며 "물적 및 인적 자구계획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철저한 자구계획 이행 없이 추가지원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대우조선에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고 추가 지원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부실에 이르기까지 정책 결정과정에서 핵심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책임지는 모습이 없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어 "4월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데 4월이 되기까지 이제 열흘 가량이 남았다"며 "이제야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유동성 지원을 두고 기존의 말을 바꿨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이를 책임지겠다"면서도 "대우조선 유동성 지원 방안의 기본적인 구상은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손실분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자 간 자율적인 합의가 불발된다면 '법적인 강제력'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적 강제력이란 일반적으로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프리패키지 플랜'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이 대우조선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인데, 대략 3조~5조원대가 될 거란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도 정치권의 동의 없이 제대로 작동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5월 대통령 선거 후 정권이 교체되면 새 정부에서 대우조선 구조조정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대우조선 처리 방안이 발표되더라도 대선까지는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채권단 등 시장 참여자들이 구조조정 작업에 제대로 동참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대우조선 문제는 4월 한 달 내 끝날 수 있는 게 아니다. 5월부터 새정부가 들어서면 재검토가 있을 것"이라며 "당장의 회사채 만기 4400억원을 메우는 것 외에 구조조정 조치를 취한다 한들 새 정부에서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고 임 위원장에게 따졌다.
 
박선숙 의원은 "금융당국이 단독으로 (대우조선 처리 방안을 )결정하고 국회가 뒤늦게 추인하는 방식은 더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며 "2015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 가운데 남아 있는 7000억원으로 당장의 대우조선 유동성 위기를 막고 중장기적으로 정부와 함께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은 다음달에 4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등 연내 총 94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가 몰리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내년 4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1조35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정부는 오는 23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우조선에 대한 종합적인 유동성 지원방안을 발표한다.
 
전날(20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해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방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이날 정무위 의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금융위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과 사채권자의 출자전환, 채권 만기 연장 등을 추진 중이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의원들에게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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