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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이야기)박근혜의 죄
2017-03-23 09:47:52 2017-03-23 09:47:52
오늘 민간인 박근혜가 검찰청에 출두한다.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13가지 범죄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대통령 직에 있을 때 성실한 조사를 약속했다가 번번이 약속을 뒤집어온 그였다.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직에서 파면당한 그는 이번에는 민간인 신분이 되어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그는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서 부인으로, 또는 몰랐다고 답변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 중에 검찰이 그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는다면 조사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가 사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래야 마땅하다. 그는 중형을 선고받고 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야 모자랄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권력을 사유화하고, 적극적으로 사익을 추구했고, 대한민국의 민주공화정을 파괴하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탄핵 이후에도 국민들이 박근혜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식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그의 죄가 여기서 그칠 것인가? 지난겨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세월호 7시간’을 들었다. 국민이 세월호에 갇혀서 죽어가던 7시간 동안 대통령은 사라졌고, 지금까지 박근혜와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은 모두 거짓이거나 불충분했다. 세월호 참사는 일어났을 때 적극적인 구호행위를 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으로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7시간’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가 지은 죄의 출발일 뿐이다. 더 큰 죄는 그 이후에 지어졌다. 유가족들을 청와대로 불러서는 진실규명을 약속하고, 대국민 담화에서 거짓눈물까지 흘린 그였지만, 2014년 6월의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자 곧바로 태도를 돌변했다. 진실규명을 위한 작업을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의 방해로 제대로 된 조사활동도 하지 못한 채 지난해 9월말로 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문을 닫고 말았다. 9명의 미수습자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의 인양과 관련해서도 3년이 다 된 지금에서야 인양작업을 한다고 하는 정부의 수장이었다.
 
나아가서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라는 독재시대에나 가능했던 검열과 사찰, 통제와 관변세력의 동원은 모두 대통령의 지시 또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였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대통령과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찍어서 관리했던 게 블랙리스트라면, 극우단체들에 뒷돈을 대주면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세월호 진실규명에 나선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도록 부추기고 사주했다. 우리는 2014년 정기국회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던 박근혜 앞에서 절규하던 유가족들을 싸늘하게 외면하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순수한 유가족과 그렇지 않은 유가족으로 나누었고, 그렇게 국민을 분열시켰다. 유가족들은 대통령의 의중을 따르는 청와대의 김기춘과 허현준 등이 사주하는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봉사단 등에게 너무도 심한 모욕을 당했다. 시체를 팔아서 돈 벌려 한다는 ‘시체장사’란 말까지 들어야 했던 유가족들은 지금도 박근혜에 대해 치를 떤다.
 
지난 18일, 서울 노원의 한 아파트 지하기계실에서 불이 났다. 연기가 자욱하게 아파트를 덮쳤는데 정전이 되어 엘리베이터는 멈춰 섰다. 60살의 경비원 양 씨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려고 계단을 이용해 15층 아파트를 오르내렸다. 그러다가 9층 계단에 호흡곤란으로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60여 명의 주민들은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양 씨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이 죽을 상황이면 누구라도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 뛰게 마련이다. 사람이 죽어가는 시간과 사람이 죽은 뒤에 박근혜는 사라졌거나 죽은 아이를 잃고 우는 유가족들을 위로하기는커녕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천벌을 받을 죄를 저질렀다. 그러므로 그는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래야 정의가 산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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