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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사이클의 붕괴)④한국 산업 신성장로드
전문가들 긴급진단 "과거 방식으로는 생존조차 못해…새로운 도전이 절실"
2017-03-19 16:12:07 2017-03-20 17:01:54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산업 사이클(경기순환)에 따라 실적 부침을 반복하는 현실에 대한 타개책은 구조 파괴에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산업의 ‘신성장로드’를 발굴하는 해법으로 해외판로 개척과 4차 산업 융복합 기술, 중소기업 글로벌화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공통점은 혁신을 위한 적극성과 과감성이다.
 
국내 산업 사이클은 갈수록 침체국면이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수출은 3년여간 역성장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 경기가 그만큼 과거에 비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주력 산업이 부진하고 신규 산업의 출현도 지연돼 확장국면이 짧아지고 수축기간은 길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장국면도 과거에 비해 뚜렷하지 않고 반도체나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만 성장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실화되고 있다”며 “수축국면에서의 경기침체 폭도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지금 수출 회복세도 얼마 못가 다시 침체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트럼프발 보호무역 기조와 사드로 인한 중국과의 마찰 등 대외 통상 압박을 고려하면 수축국면으로 더욱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제조업 경기를 크게 좌우하는 수출 회복을 위해 신흥시장 개척과 다각적인 마케팅, 판로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주력 산업의 부진이 크기 때문에 대체 기술이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흥국의 수요 부진을 야기해 조선·철강 등 국내 경기에 하강 압박을 주는 대표적 요인은 저유가다. 유가가 회복되지 않는 한 구조조정 산업의 회생이 어렵다는 회의론도 많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유가가 급락했을 때는 곧바로 반등해 충격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3년여간 저유가가 지속되니 조선이나 플랜트 산업 등이 극심한 침체에 빠진 것”이라며 “유가가 올라야 회복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전년(배럴당 50.69달러)보다 18% 하락한 연평균 41.41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1월 26.86달러에서 12월 52.08달러로 최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도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과 견조한 석유수요 증가로 지속 상승이 전망되나 제재 해제에 따른 이란의 원유수출 증가, 달러화 강세 등 상승폭 제한 요인도 상존한다. 유가가 오르면 셰일자원의 증산 확률도 커진다. 이 연구원은 “셰일오일 등으로 과거처럼 100달러 넘던 시절이 쉽게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지난해 저점을 통과해 올해 50달러대 중반, 내년 그 이상으로 조금씩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저유가로 불황을 겪는 업종은 구조조정이나 경영 효율화, 합리화 등을 선제적으로 진행하면 유가 반등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유가는 글로벌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생존하는 기업은 차기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것도 가능하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학과 교수는 “서바이벌 게임에서 이기려고 경쟁력을 제고할 것인지, 유가나 대외적인 환경 요소에서 좋은 시그널을 기다릴지가 관건"이라며 "지금은 대외적 요인이 워낙 강해 경쟁력보다 유동성을 확보해 어떻게든 생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저유가와는 성격이 다른 위협 요인이다. 한국과 경합률이 높을뿐더러 한국산 수입품목을 자국산으로 대체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으로 흐름을 주도한다. 국내 기업들은 경쟁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산업 경쟁력 보호 차원에서 정책·금융 지원이 필수적이다. 김 교수는 “중국 정부는 WTO(국제무역기구) 협정 등을 아랑곳 않고 친환경 선박을 지으면 수천억원의 지원금을 주는 등 국내 조선사들은 사실상 중국 정부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무역공조가 약화되는 것도 국내 산업계에 드리운 불안 요인이다. 한국 무역은 2003~2008년까지 매년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은 세계 무역이 크게 신장하던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12년부터 세계 경제는 GDP 성장에 비해 무역증가가 크게 위축됐다. 국내 수출산업은 세계 경제 및 무역과 강한 동조 관계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수출에 크게 기여했던 글로벌 수요 효과가 약화됨에 따라 이제는 수출산업의 내실을 다져 부가가치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 수출산업의 부가가치 향상과 기업의 혁신 역량 강화가 주요 정책 목표로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최근 화두가 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지능형 융복합산업의 발전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의 패러다임은 또 다른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한국 산업의 미래는 융복합산업이 지배하는 글로벌 가치 네트워크에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산업의 허리를 키워 근본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육성정책과 함께 중소기업 스스로의 적극성이 요구된다. 특히 글로벌화는 중소기업 생존의 필수요건이 되었음에도 실행은 부진하다. 국내 중소기업 97%가 수출을 하지 않고 내수 중심의 매출에 머물러 있다. 이는 결국 내수 경기에 취약하고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만 심화시켰다. 장현숙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중소기업도 내수에만 의존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은 있지만 해외시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진출을 주저했다”며 “해외 진출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걱정하는 등 정보도 어두웠다”고 말했다. 환경은 변했다. 전자상거래, 파워블로거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 환경과 소셜미디어의 확산 등으로 거래비용이 낮아져 적은 비용으로도 해외 진출은 가능해졌다. 장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인구가 많다보니 저비용 왕홍(인터넷 개인방송 스타)들도 SNS 팔로워 숫자가 몇십만에 달해 이를 활용해 성공한 소기업도 있다”며 “특정 기업만이 가능하다는 고정관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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