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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식 퍼주기 '한계'…"서민금융, 대출 이후 밀착관리 절실"
선진국 연체율 10% 미만, 저신용자 신용평가 체계 촘촘해야…극빈층은 빠른 채무탕감도 필요
2017-03-14 07:55:10 2017-03-14 07:55:10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정책 서민금융 연체율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5년간 저금리·저성장 구조 아래서 고통받고 있는 취약계층을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무작정 지원을 늘려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막무가내식 퍼주기' 일변도로 가다가는 지속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선진국들처럼 대출 지원 이후의 밀착관리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용등급을 10개로 나누어 평가하는 현행 신용등급체계를 더 촘촘하게 구축해 채무 상환 여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회생이 어려운 극빈층을 상대로는 채무를 아예 탕감해줘 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복지 확충론'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금의 '퍼주기식' 정책 서민금융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취약계층 회생 지원이란 당초 목적 뿐만 아니라 정책의 지속가능성도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정책금융은 경제적 취약계층을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아지기 쉽지만, 그 중에서도 옥석을 잘 가려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신용등급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연체율이 계속 올라가면 정부 지원 규모가 계속 불어나 지속가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찍이 서민금융 지원 체계를 안착시킨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축적된 정성정보를 기반으로 한 관계형금융 망이 폭넓게 구축한 미국이나 유럽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정보는 채무자의 상환 의지와 재기 노력 등 비수치적인 정보를 말한다.
 
정성정보는 이들 서민금융기관들 담당자가 채무자를 직접 방문하거나, 창업 컨설팅을 해주는 등 밀착 관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축적됐다.
 
 
미국 ACCION은 격월로 채무자의 사업장에 찾아가 상담을 진행하고, 융자 상환시 추가로 융자를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프랑스 ADIE는 대출 담당자가 매월 1회 채무자를 방문하고, 전문직에서 퇴직한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경영과 회계 등의 자문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의 경우에도 주기적으로 대출자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파악한다. 대출자가 재래시장 자영업자면, 손님은 몇 명인지 수익이 발생하는지 들여다본다. 실적이 악화됐으면 그 원인을 분석해서 점포를 옮겨주는 등 추가 지원에 들어간다.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영업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성목 서민금융연구포럼 회장은 "한 번 대출해 주고 그치는 일회성 지원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전국 각 구청에 금융주치의를 둬 서민금융 상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 이후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들 민간 금융기관들은 촘촘한 신용등급 모델에 기반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를 선정하고 대출을 제공해 회수율이 높은 반면, 부실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금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책성 서민금융 지원 상품의 연체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금융의 시장 기능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선진국 서민금융 연체율은 1~10.5% 사이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책 서민금융 상품인 바꿔드림론 연체율(대위변제율)이 20%를 넘어서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새희망홀씨대출, 바꿔드림론, 햇살론, 미소금융, 소액대출 등 국내 주요 서민금융상품 연체율 평균치는10.2%다. 선진국 중 꼴찌 수준인 셈이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비영리 소액 서민금융 ACCION은 연체율이 1~3.8%에 그친다.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저성장을 경험 중인 유럽도 우리나라보다는 사정이 낫다. 프랑스 '마이크로크레딧' ADIE의 연체율은 7.4% 수준이다.
 
현재 서민금융진흥원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다. 금융기관 별 정책금융상품 대출자 데이터를 수집해 빅데이터를 만들고, 종합 상담을 위한 기초데이터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나, 실현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차원이 아니라, 저신용자들의 소비 패턴 등 경제적 역량을 연결시켜야 실제 신용평가 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에 출범한 서민금융진흥원이 DB를 구축해 맞춤형 지원을 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중장기적 과제이지 바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성적 정보를 수집하고 신용리스크를 판단해 관계형 금융망을 구축하는 것은 중장기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신용평가 체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동안 현행 신용등급평가 모델로는 7등급 이하의 개인 채무자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저신용자의 경제적 능력을 평가할 만한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신용평가 모델이 정교하지 않아 지원 한도와 기간을 설정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직까지 7등급 이하자 중에도 빚 상환 의지나 여력이 있는 자가 있고 없는 자도 있는 데, 이를 세분화할 기준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아예 극빈층의 채무를 완전 탕감해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하고, 경제 전반의 활력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채무 상환 가능성이 낮은 취약계층을 상대로 무리한 추심을 하기보다, 전액 탕감해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미선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다중 채무자와 같은 금융취약계층의 채무를 기간과 액수를 정해서 탕감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도덕적해이를 지적하기에는 지금 서민경제 상황이 너무 악화됐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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