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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의 사업다각화…25년만의 도전
신사업 위한 정관변경…수익성 회복 안간힘
2017-03-14 06:00:00 2017-03-14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빙그레(005180)가 사업다각화에 본격 나서며 종합식품기업으로 변신을 꾀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오는 24일 개최될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음식점업과 급식업, 포장재, 포장용기 제조·판매업, 식품 제조·가공 판매업을 추가한다. 이와 함께 세제·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 라이선스업 등도 영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빙그레는 이번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기존의 사업영역을 대부분 회복해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일각에선 빙그레의 사업다각화가 지난 2014년 김호연 전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이후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등기이사직을 사퇴했던 김 전 회장은 2012년 4년간의 정치권 외유를 마치고 등기이사직에 복귀한 바 있다. 여전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 중이지만 보수적 경영을 펼쳤던 빙그레가 김 전 회장의 복귀 이후 변신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빙그레의 사업다각화는 25년만의 도전으로 여겨진다.
 
1992년 한화에서 분리된 빙그레는 당시 10년간 누적적자 100억원에 부채비율 4200%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에 '생존'을 위한 수익성 위주의 대대적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적자를 내던 베이커리와 냉동식품, 라면사업 등을 철수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을 슬림화했던 빙그레가 25년만에 다시 수익성 회복을 위해 사업다각화에 나선 셈이다.
 
주력 사업인 빙과와 유음료 업황 부진이 장기화에 빠진 것이 변화를 부추겼다. 지난해 '바나나 열풍'에 힘입어 37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대비 소폭 개선됐지만 주력 업종의 부진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빙과는 아이스크림 고급화와 가격 덤핑 등 유통환경이 열악해지며 수익성이 악화됐고, 유음료 역시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부진한 상황이다.
 
사업다각화 조짐은 이미 예견돼왔다. 지난해 3월 테스트매장 개념으로 오픈한 동대문의 옐로우카페가 예상 밖의 인기를 끌면서 올해 4월에는 제주도 2호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 올리브영과 공조한 바나나맛우유 바디케어 제품도 화장품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상반기에는 가정간편식(HMR)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빙그레는 태국 레스토랑인 '아한타이'와 협력해 가정간편식(HMR)류인 냉동밥 카오팟(태국식 볶음밥)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출시해 판매하며 냉동식품 위주의 가정간편식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밖에 연내 케이크를 비롯한 베이커리, 외식, 급식사업 등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빙그레는 이를 위해 자체 보유한 식품연구소에 매년 100억원가량을 투자해 신제품 연구개발을 진행해오고 있다. CJ올리브영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가능성을 엿본 화장품 시장도 잠재적인 진출 대상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의 정관변경은 앞으로 확대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미리 추가한다는 차원"이라며 급격한 변화에 대해선 경계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옐로우카페와 바나나맛우유 바디제품 등 새로 도전한 사업들이 수익은 작지만 시장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사업 목적이 확대되더라도 사업다각화는 매우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빙그레가 지난해 화장품 시장 진출을 모색하며 올리브영과 협업을 통해 출시한 바디케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빙그레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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