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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억명 시장 '할랄')②할랄의 모든 일상이 '기회'가 된다
할랄 제약·화장품 시장 성공여부는 '제품 경쟁력'
2017-03-08 17:46:00 2017-03-08 17:46:00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화장품 회사인 대덕랩코의 전현표 대표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를 최우선 사업 가치로 생각한다. 그런 그가 해외 출장중 생면부지의 카자흐스탄 여성을 만난 것은 새로운 시장의 개척으로 이어진 계기가 됐다. 종교상 화장품에 들어가 있는 일부 성분 때문에 화장을 할 수 없다는 그의 하소연을 듣고 '필요로 하는' 할랄 화장품 개발에 착수했다. 할랄 인증 화장품은 동물유래 성분, 합성계면활성제, 합성방부제, 합성색소 등 화장품에 많이 쓰이는 원료를 사용할 수 없어 제품을 만드는데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13년 터키의 할랄 인증기관인 GIMDES로부터 인증을 획득하고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터키 등에 수출하고 있다. 월평균 150만개의 화장품을 생산하며 지난해에는 70만달러를 수출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할랄 화장품으로 자리잡았다.
 
18억명 무슬림 인구의 일상생활이 할랄 시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 무슬림에게 허용된 것을 의미하는 할랄은 식품에서 유래됐지만 점차 화장품과 의약품, 여행, 관광, 외식 등 서비스산업에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이는 우리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어 관련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제약산업은 할랄시장에서 식품 다음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림 의약품 시장 규모는 780억달러로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오는 2021년까지 연간 9.3%의 성장률로 368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국가들은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이 할랄 의약품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슬림국가로 수출하는 국내 의약품 수출 규모는 약 4억2600만달러로 시장 전체의 1%도 차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제약 분야 할랄인증의 경우 제조기술과 조건이 까다로운 관계로 아직까지 할랄 의약품 제조는 안정적으로 정착되지 않았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제약분야의 할랄 인증이 본격화된 것은 고작 2013년부터다. 최근 신약개발에 성과를 내기 시작한 일부 대형제약사를 제외한 국내 제약업체들은 복제약 위주로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한 영세업체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어 아직까지 할랄 시장 진출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 중에서는 유유제약이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국내 의약품 캡슐시장에서 점유율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서흥은 돈피가 아닌 우피와 식물성 캡슐 등에 대해 KMF로부터 인증을 받은 상태다.
 
무슬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이 선행되어 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제약산업은 아직까지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추지 못해 시장점유율이 매우 낮다"면서 "할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R&D투자는 필수"라고 말햇다.
 
할랄 화장품 시장 역시 성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영역에서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도 진출하지 않은 상태라, 현지 브랜드가 득세하고 있지만 화장품으로서 기능 및 품질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할랄 화장품 시장은 지난 2015년 560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1년까지 연간 6.5%의 성장률로 83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아시아시장은 화장품 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 중 하나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 소속된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5개국은 미용시장 성장세와 화장품 소비가 두드러진 곳으로 알려졌다.
 
할랄 화장품에는 개와 돼지에서 추출한 라드, 젤라틴, 콜라겐, 글리세린, 알라토인 그리고 태반, 혈액양수 등의 인체성분, 유전자변형생물(GMO), 수은, 납 등의 유해 화학 성분을 사용할 수 없다. 허용된 원료라 하더라도 비할랄 물질과 혼합되거나 오염된 경우에도 사용이 금지된다. 동물실험을 행한 제품도 금지돼 있다. 알콜 사용도 금기시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성공하지 위해서는 의식주와 기후, 종교문화와 소비문화 등 현지 실정에 맞는 문화 마케팅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슬림 고객에게 조리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나 케이터링도 할랄 기준이 적용된다. 이외에도 무슬림에게 적합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할랄 호텔도 새로운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다만, 호텔에서 제공되는 할랄 식음료 서비스와 고객응대, 부대시설 등이 모두 할랄 기준 준수의 대상이 돼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할랄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아웃바운드 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무슬림을 상대로 한 인바운드 할랄 산업 역시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상주하는 무슬림은 내외국인을 합쳐 약 15만명, 연간 방문하는 무슬림은 50~60만명으로 추정된다. 외식부문 할랄 서비스가 향상되면 현재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치중된 국내 관광객을 중동 및 유럽 권역의 무슬림 관광객으로 다변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할랄 시장에 진출한 기업인들은 할랄 시장 진출이 곧 막대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할랄 인증 획득에 성공한 한 화장품 기업 관계자는 "잠재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할랄에 맞으면서도 고품질 사양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노하우가 중요하다"면서 "제품력을 인정받으면 할랄제품 뿐 아니라 회사 내의 다른 포트폴리오의 매출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덕랩코의 할랄코디네이터가 무슬림 소비자와 상담하고 있다. 사진제공=대덕랩코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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