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SK와 코오롱의 필름 합작사업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 후발주자로 시작해 경쟁보다 협력을 택한 결단이 세계 선두로 도약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글로벌 경쟁 심화 및 공급과잉으로 산업재편과 구조조정이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 같은 협업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최태원 SK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이 최 회장의 서울 신일고 4년 선배다. 두 사람은 신일고 출신 재계 모임인 신수회에도 속해 있다. 대학도 같은 고려대를 나왔다. 학연은 사업 구상을 공유하는 파트너 관계로 발전했다. 이 회장이 2000년대 초 재벌 2세와 벤처기업인들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를 만들자, 최 회장이 동참했다. 친분은 결국 동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는 각각 2000년대 초반부터 폴리이미드(PI) 필름 개발에 착수해 2006년 사업화로 들어선다. 양사는 경쟁관계인 동시에 후발주자였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8년 6월 각각의 PI 필름 사업부를 분할·합병해 SKC코오롱PI를 설립했다. 듀폰과 도레이 등 시장 메이저들과 겨루기 위해 힘을 합쳤다. 최 회장과 이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후 SKC코오롱PI는 해외에 종속돼 있던 PI필름의 국산화는 물론, 세계 시장점유율 1위까지 오르며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SKC코오롱PI의 점유율은 2011년 16.61%로 3위였으나, 2012년 17.93%, 2013년 20%로 매년 성장해 2014년에는 22%로 세계 1위에 올랐다. 2015년에는 점유율(21.2%)이 소폭 줄었지만 선두그룹이 모두 주춤해 1위자리를 지켰다. 외형과 내실도 다졌다. 총 자산은 2015년 2698억원에서 지난해 3075억원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 증가했다. 이익잉여금도 695억원에서 1044억원으로 늘어나 추가 투자여력이 확충됐다. 산업재산권 등 무형자산도 19억원에서 22억원으로 커져 기술개발 성과도 보인다.
SK와 코오롱이 40여년간 축적해온 화학과 필름 기반의 기술력이 합쳐지면서 시너지를 냈다. 양사의 대승적 협력은 국내 산업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하는 발판이 됐다. PI필름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연성회로기판(FPCB)의 소재로 쓰이는데 모바일·디스플레이·반도체·차세대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쓰임이 확대되며 핵심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역으로 최근 해외시장에선 듀폰·다우 등 위기 극복 차원의 다양한 결합 시도가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들에겐 위협이 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세계 소형 OLED 시장에서 97% 정도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지만, 아성을 깨기 위한 후발주자들의 공조가 눈에 띈다.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구조조정 대상 업종의 경우, 국내 기업이 보수적인 전략만 취하다 위기를 자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합병과 매각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것보다, 업계 스스로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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